전국이 비상인데…외유성 출장 떠난 지자체장-지방의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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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원주-의정부 시장 등 해외로… 지역사회 “위기 불감증” 눈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자치단체장, 지방 의원, 공무원 등이 해외 연수를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부부 동반으로 출국한 자치단체장도 있어 ‘관광성 외유’라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다.

30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충남 시군의회 의장협의회’는 28일 7박 9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등 유럽 3개국 연수를 떠났다. 연수단에는 15개 시군 의장 중 천안시와 금산군을 제외한 기초의회 의장 13명 등 27명이 합류했다. 전체 연수 비용은 약 1억 원으로 문화탐방 일정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단에는 중국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이 집단 격리되는 지역인 아산시도 포함됐다. 김영애 아산시의회 의장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으나 일정을 모두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시민연대는 “우한 폐렴이 확산될 기미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외유성 연수를 강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창묵 강원 원주시장은 프랑스 만화도시 앙굴렘의 초청으로 제47회 국제만화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직원 6명과 함께 28일 출국했다. 원 시장 일행은 6박 7일 동안 만화페스티벌 참석과 앙굴렘 경관 견학에 이어 리옹 콩플뤼앙스 재생사업지, 파리 빛의 아틀리에 전시, 몽마르트르 언덕 도시 경관 견학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출장 경비는 총 3400만 원으로 1인당 485만 원꼴이다. 원 시장이 출국하기 전인 27일은 원주에서 감염 의심 환자가 발생해 지역사회가 초긴장 상태였다. 원 시장은 “원주를 국제무대에 소개하고 창의도시의 빠른 정착과 그림책 산업화를 위한 발전 방향을 설정하는 데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해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병용 경기 의정부시장은 부부 동반으로 ‘국제 테니스장 조성사업’ 견학을 위해 26∼31일 호주 멜버른을 찾았다. 국제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고 빅토리안아트센터, 성패트릭 성당, 크리켓 경기장, 축구 구장 등을 방문했다. 일정에는 절경이 펼쳐지는 남부 해안도로인 그레이트 오션로드 방문도 포함돼 있다. 연수에는 시 예산 1800여만 원이 투입됐고 의정부시 체육과장과 체육시설팀장 등 공무원 4명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국제테니스장 조성사업 벤치마킹을 위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칠곡군 의원 8명 등 15명은 29일 8박 10일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로 연수를 떠났다. 칠곡군의회 관계자는 “깊이 고민했지만 위약금 부담이 상당해 진행했다. 지역 대표 산업인 양봉산업 발전을 위해 꿀 생산 선진국으로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이기진 doyoce@donga.com / 원주=이인모 / 대구=명민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외유성 출장#해외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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