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법 개정안 국회 통과 시급하다[기고/이윤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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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한국보건사회학회장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한국보건사회학회장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이 전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인구 1100만 도시 우한과 인근 대중교통을 차단했다. 특히 발원지인 우한과 인접한 한국의 특성상 방역망이 한 번 뚫리면 바이러스 전파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인구 밀도가 높고 대중교통이 발달해 감염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겨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해외 감염병 유입으로 지역사회의 방역 대응 전략과 공항·항만의 검역 매뉴얼이 잘 정비되었으나 현행 검역법은 현장 검역활동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검역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검역에 한계점이 많아 실효성이 있는 검역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유기적이고 능동적인 검역 거버넌스를 정립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많은 노력을 해 왔으나 법적으로 충분한 뒷받침이 없었다. 검역행정의 상당 부분이 보건복지부의 고시나 지침 및 매뉴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법령체제로 끌어올려 유기적이고 능동적인 검역 거버넌스 체계가 확립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층적인 검역망 및 실시간 감시기능이 자발적인 신고와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 또 국제적으로도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연계한 능동적 검역체계가 활성화되도록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ICT 기반으로 검역 인프라를 첨단화해 검역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 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도 참여하는 다부처 협력위원회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안면인식 기술과 행동패턴 기술로 해외 체류 감염병 의심자를 자동으로 식별·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러한 획기적인 기술이 타깃 검역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법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셋째, 검역관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검역관 교육과 자격 관리는 전문성 강화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를 법제화해 검역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 검역소 역시 검역법령으로 끌어올리고 권역별 거점 검역소를 설치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넷째, 민간 영역의 책무를 강조하는 국민참여형 검역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가장 효과적인 검역은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신고다. 해외 사업장이나 통신사와 감염병 정보 수집을 위한 업무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사회와 민간 의료기관의 감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국회 본회의 의결을 기다리는 개정 검역법은 이러한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효과적인 국가 검역 시스템을 갖추려면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되어 이들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한국보건사회학회장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검역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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