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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 헌신 힘입어 20년간 알코올 중독자 2만건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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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 헌신 힘입어 20년간 알코올 중독자 2만건 치료”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0-01-09 03:00수정 2020-0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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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소장 허근 신부
과거 술 중독 재활치료 받고 회복, 故김옥균 주교 도움으로 센터 개설
“중독은 개인은 물론 가족까지 파괴”
김옥균 주교를 기리는 기념 공간 앞에 선 허근 신부. 그는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사목이 신앙은 물론이고 삶의 갈림길에 있던 나를 구했다”며 “같은 위기에 있는 분들을 돕는게 운명의 길”이라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1년 정도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갈림길에 섰다. 그때 알코올 중독자를 돕는 사목을 택했는데 지나고 보니 다시 본당 신부로 살았으면 중독이 재발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하느님과 신자들 모두에게서 멀어졌을 것이다.”

최근 서울 중구 중림로 가톨릭출판사 내에 있는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에서 만난 허근 신부(66·소장 겸 단중독 사목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1999년 그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옥균 주교(2010년 선종·善終)에게 알코올 중독자(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사목 활동을 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다. 그해 9월 센터가 문을 열었다. “주교님이 센터 창립과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2009년 12월 몸이 불편하던 주교님이 센터 행사에 참석했는데 그분의 마지막 공식 행사였다”는 게 허 신부의 회고다.


이 센터 입구에는 ‘고 김옥균(바오로) 주교를 기리며’라는 글씨가 보이는 기념공간이 있다.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지 않은 사회 분위기에서 재활의 씨앗을 뿌리도록 도운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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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신부는 “올해 3월 1일은 주교님이 선종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라 작은 기억의 선물을 준비했다”며 “주교님과 인연을 맺었던 지인들이 편지를 준비해 낭독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말 창립 20주년 행사를 개최한 센터는 어려움 속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의존증 환자 2만1000여 명 치료, 9300여 명의 가족 치료, 상담 인원은 5만8000여 명에 이른다.

알코올뿐 아니라 도박 마약 게임(인터넷)으로 범위를 넓힌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1년 이상 금주(禁酒)에 성공하면 회복자로 분류하는데 성공률은 30% 정도라고 허 신부는 귀띔했다. 가톨릭 신자와 그렇지 않은 상담자의 비율은 반반 정도다.

허영엽(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허영민 신부(의정부교구 야당맑은성당 주임)와 3형제 신부로 잘 알려진 허 신부는 중독의 심각성을 이렇게 말했다.

“술 마시면서 신자들과 교류하면 사목 잘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나는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며 오만하기까지 했으니…. 동생들이 아무리 얘기해도 와 닿지 않고 반감만 더 강했습니다. 중독은 개인뿐 아니라 가족 모두를 파괴시킵니다.”

허 신부는 “센터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등산으로 치면 센터 역할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산 입구까지 모셔다 드리는 거다. 산에 올라가는 것은 본인이고, 그때 함께해 주실 수 있는 분이 하느님”이라고 덧붙였다.

허 신부가 건넨 가톨릭 선교단체 회보에 실린 그의 시 ‘나의 회복을 위한 어머니의 기도’의 구절이 간절하다. ‘시간의 흐름마저 잊은 고요한 밤/술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들 위해/간절한 기도로 밤을 지새웁니다//…하늘보다 높은 어머니 사랑을 고이고이/가슴에 묻고 회복의 길을 걸어가렵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허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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