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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는 더 이상 재앙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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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는 더 이상 재앙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

김민 기자 입력 2020-01-03 19:06수정 2020-01-0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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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지난해 우리나라 3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88명을 기록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은 1.68명. 1명 이하인 나라는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했다. 인구절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수조 원을 들이고 있지만 “육아가 너무 힘들다” “정책에 공감하기 어렵다” “지원금 몇 푼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같은 아우성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인구 감소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처법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논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인구가 줄어든다’ → ‘저출산이 문제다’ →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유명 사상가이자 교육가인 우치다 다쓰루 명예교수가 인류학 사회학 지역학 정치학 경제학 등 각 분야 전문가 10명과 함께 쓴 이 책은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는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인구 감소는 재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관점에서 대응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생물학자인 이케다 기요히코는 오히려 인구가 줄어들면 환경수용력(환경이 안정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특정 종의 최대 개체수)이 좋아지고 인구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최적의 생존사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대량화, 대형화를 주도하는 세계자본주의는 사라지고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한 작은 공동체 형식의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노동에 허덕이며 돈과 시간 여유가 없는 지금과는 달리 경쟁하지 않아도 개인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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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과거 노동자의 머릿수로 이득을 창출했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경제학자 이노우에 도모히로는 ‘두뇌자본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하루의 시간을 유가치 노동시간, 무가치 노동시간, 여가시간으로 분류한다. 문제는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회의나 서류작업 등의 무가치 노동시간이다. 저자는 일본사회에서 이 무가치 노동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 여가시간을 밀어내고 있다고 파악한다. 무가치 노동시간을 줄이고 유가치 노동시간에 두뇌를 쥐어짜 혁신하지 않는다면 저출산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인이 두뇌를 사용해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 노동력 돈을 들이지 않는다는 그의 지적은 한국 사회에도 유효하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일본사회 전반의 문제에 관한 냉철한 지적들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지금 한국사회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제학자 모타니 고스케는 상식과 논리가 아니라 분위기에 휩쓸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한다. 지난해 광장이 절반으로 갈라졌던 우리나라 분위기가 새삼 떠오르지 않는가.

또 다른 저자는 눈앞의 이해관계로만 문제를 소비하는 태도를 꼬집는다. 정치인들이 저출산 문제를 얘기할 때 “여자들이 아이를 안 낳아서 그렇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태평양전쟁 이후 경제 발전의 결과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유연(有緣) 공동체에서 벗어나려는 규범의 전환기가 도래했고 인구 감소는 그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몇몇 주장이나 논지는 과격하고 문제적이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저출산 문제 논의 구조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정책 담당자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우치다 명예교수는 “위기 도래를 예측하면서도 개인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파국으로 치닫는 일본 엘리트의 사고방식은 태평양전쟁 지도부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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