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왕따시켜”…아내 30차례 찔러 살해한 70대, 심신미약 감경

  • 뉴스1
  • 입력 2020년 1월 1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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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왕따시키고, 경제권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내를 잔혹하게 살해한 70대 남성이 심신미약으로 감경돼 1·2심에서 징역6년을 선고받았다. 뇌전증, 망상 등으로 수년간 치료를 받았다면 사물의 분별이 힘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균용)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모씨(71)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권씨는 2011년 7월 뇌전증, 망상,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권씨는 평소에도 가족들이 자신을 빼고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대화한다고 착각하고,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7일 오전 권씨는 집에 찾아온 딸이 자신을 빼놓고 아내와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보게됐다. 소외감을 느낀 권씨는 외출을 하려고 했으나, 딸이 먼저 집을 나서게 됐다.

같은 날 오후 또 다시 외출을 시도하던 권씨는 아내에게 차비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씨는 동전통에서 동전을 가지고 갔는데, 이 과정에서 둘은 다투게 됐다. 화가 난 권씨는 농기구로 아내를 30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다발성 자철상을 입은 아내는 그 자리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쟁점은 8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권씨가 사물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지난해 5월 권씨가 피해망상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점, 권씨의 현재 정신상태, 공주치료감호소 정신감정인의 보고서를 참고해 권씨가 심신미약 상태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배우자를 살해한 행위는 가족 간의 애정과 윤리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것이고, 남아있는 자녀들에게도 큰 고통을 남긴다”며 “피고인의 죄책은 너무 무거워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다만 가족, 주변인과의 유대관계에 비춰봤을 때 재범의 위험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인 자녀들은 평소 자상했던 권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에 안타까워하며 선처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형이 무겁다고 느낀 권씨는 항소장을 제출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왔다.

2심도 1심이 옳다고 판단해 권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며 “사망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느꼈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극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형법 제10조에 따르면 심신장애 상태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감경될 수 있다. 유기징역을 선고받았을 경우에는 형의 절반이 줄어들게 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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