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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와 함께 부르는 ‘트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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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와 함께 부르는 ‘트롤’의 노래∼

고성=김동욱 기자 입력 2019-12-14 03:00수정 2019-1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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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강원 고성|
현무암 돌들이 마치 강처럼 흐르는 듯한 모습으로 운봉산 한 부분을 뒤덮고 있다. 돌들이 얇게 뒤덮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이를 알기 힘들 정도로 깊게 묻혀 있다.
“돌멩이 요정아. 안녕!” 커다란 돌덩이나 돌멩이를 보고 말을 거는 아이들이 많다. 최근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겨울왕국2’ 인기 덕분일까.

영화에는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중 ‘돌멩이 요정 트롤’에 대한 관심도 높다. 강원 고성은 이런 돌멩이 요정을 찾아 떠나기 좋은 여행지이다. 돌멩이가 불쑥 말을 걸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겨울바다에서 손을 휘저으며 엘사처럼 눈을 뿌리고 싶은 충동이 들 수도 있다.

돌멩이 요정 트롤. 디즈니 제공
고성은 돌 천국이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화진포와 송지호 해안(서낭바위), 고성 제3기 현무암(운봉산), 능파대가 있다. 돌멩이 요정들이 가장 몸을 숨기기 좋은 장소가 운봉산(해발 286m)이다. 운봉산은 오래전 소규모 분화구였던 곳으로 화산 활동의 흔적이 크게 남겨져 있다. 군부대 입구에서 등산로를 따라 15분 정도 오르면 오른쪽에 샛길이 하나 나온다. 그 길을 따라 1분 정도 걸으면 웅장하게 펼쳐진 수많은 돌멩이 요정을 만날 수 있다. 운봉산 정상부터 중턱까지 지름 30cm 이상의 현무암 덩어리들이 너덜(돌이 많이 흩어져 있는 비탈)을 이루고 있다. 마치 정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잿빛 강처럼 보인다. 이런 잿빛 현무암 강이 운봉산에는 세 군데나 있다.


이곳은 약 72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생긴 주상절리들이 깨지면서 만들어졌다. 현무암이긴 하지만 제주도에서 보는 현무암과는 다르다. 구멍도 거의 없고 무게도 훨씬 무겁다. 돌들이 산에 얇게 퍼진 것같이 보인다. 실제로는 몇 km의 깊이로 쌓여 있는지 아직 파악이 되지 않을 정도로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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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요정 위에 올라서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해야 한다. 실수로 떨어뜨려 돌 틈 사이로 들어간다면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돌멩이 요정이 휴대전화를 숨겨 놓고 돌려주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지역 주민들이 추천하는 맛집 영순네횟집의 물회(오른쪽 앞), 멍게비빔밥(왼쪽), 회덮밥.
운봉산은 고성의 토성면 운봉리, 학야리 등 일대에서 가장 높다. 그만큼 주위 풍경을 보기 가장 좋은 곳이다. 꽤 가파르기 때문에 만만하게 생각하고 오르면 곤란해질 수도 있다. 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1시간은 올라가야 정상에 닿는다. 오르다 보면 정상 부근에서 육각형의 주상절리들을 만날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속초 시내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바다 반대 방향으로는 설악산과 울산바위까지 볼 수 있다. 운봉산만 올라도 강원 동해와 설악산을 모두 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내려갈 때는 올라온 길 말고 다른 두 개의 길을 골라 내려갈 수 있다.

허기가 진다면 지역 주민들이 추천하는 영순네횟집(토성면 봉포해변길 99)이 제격이다. 주인이 직접 낚시로 잡은 자연산 횟감을 올리는 물회와 싱싱한 멍게를 쓴 멍게비빔밥이 맛있다.

마을의 서낭당이 위치한 것에서 유래한 서낭바위.
서낭바위 일대는 군사지역으로 통제되다 지난해 일반인에게 문을 열었다. 바다를 향해 ‘ㄷ’자 모양으로 언덕이 있고, 서낭바위 일대는 그 안에 있다. 바다에서는 보이지만 육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돌멩이 요정들이 몸을 숨기기 좋은 곳으로 돌멩이 요정이 바위로 작품 활동을 한 곳 같다.

서낭바위 일대에 들어서면 왼쪽에 조그마한 돌들이 붙어 있는 큰 바위가 눈에 띈다. ‘자석바위’라고 불리는데 실제 자성이 있는 바위는 아니다. 바위의 결과 흠을 이용해 사람들이 조그마한 돌들을 올려놓았다. 자석바위에 돌을 올려놓으면 그해 운수가 좋다는 소문이다. 쉽진 않지만 몇 번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긴다.

부채바위로도 불리는 서낭바위는 신기한 모양 덕분에 눈에 확 들어온다. 약 1억7000만 년 전에 형성된 화강암이 오랜 세월 동안 바람과 파도 등에 영향을 받아 지금과 같은 모양이 됐다. 부채가 펼쳐진 모양의 커다란 바위 밑에 얇은 기둥 모양의 바위가 아슬아슬하다. 자세히 보면 시멘트가 발라져 있다. 오래전 주민들이 보강한 것으로 부채바위가 혹시라도 쓰러지면 동네에 액운이 올 것이라고 해 그랬다고 한다. 부채바위는 신기하게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변한다. 머리가 달린 오리로 보이기도 하고 고양이, 문어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별명도 다양하다. 부채바위 주변에는 복어를 닮은 복어바위 등 신기한 모양의 바위가 많으니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서낭바위는 화강암 사이에 두 줄의 붉은 암석이 길게 들어가 있어 마치 두 마리의 용이 지나간 듯한 모습이다. 금이 간 틈을 마그마가 채우면서 독특한 무늬가 생겼다. 서낭이란 이름은 마을의 서낭당이 위치한 것에서 비롯됐다. 예전부터 영험한 장소로 소문이 나면서 무속인들이 자주 굿을 하거나 제사를 드렸다고 한다.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능파대.
서낭바위와 가까운 문암해변에는 벌집처럼 생긴 능파대가 있다. 능파대에서는 파도와 바람의 영향으로 암석에 구멍이 뻥뻥 뚫린 타포니 지형을 볼 수 있다. 크고 작은 구멍이 수없이 나 있는데 큰 구멍은 사람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파도를 능가하는 돌섬’이란 뜻의 능파대는 원래 섬이었다. 강에서 흐르는 모래가 서서히 쌓이면서 육지와 이어졌다. 능파대 주변 바다 밑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낮에 돌멩이 요정을 실컷 만났다면 밤에는 맥주 요정을 만날 수 있다. 수제맥주 양조장인 문베어 브루잉 탭하우스가 최근 문을 열었다. 지하 200m에서 퍼 올린 물로 빚는 맥줏집으로 1층엔 공장, 2층엔 술집이 있다. 금강산 골든에일, 백두산 IPA, 한라산 위트 등 맥주 이름이 신선하다. 금·토요일에는 3차례(오후 1, 3, 5시) 양조장 투어도 할 수 있다.

최근 문을 연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는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기 좋은 호텔이다. 울산바위가 뒤로, 동해 바다가 앞으로 펼쳐져 있다. 리조트에는 산책로와 계곡이 있고, 사슴도 볼 수 있다. 독채로 되어 있어 큰 소리로 겨울왕국 노래를 불러도 좋다. 아침에는 숙소로 아침식사를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성은 최근 감각 있는 카페로 이름을 얻고 있다.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적한 분위기가 더욱 매력적이다. 가진해변 옆에 자리한 ‘카페 테일’은 평범한 가정집을 카페로 만들었다. 피크닉 세트(1인당 8000원)를 이용해 바다로 나가 파도 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담요도 빌려주니 겨울바다를 만끽하며 커피를 마셔 보자. 봉포해변에는 고성군 옛 지명 ‘달홀(達忽)’에서 따온 ‘카페 달홀’이 있다. 바다 앞 건물 지하로 내려가면 멋진 바다 전망을 가진 카페가 웅크리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파도 소리가 가깝게 들릴 정도로 바다와 가깝다.

커피를 마시다 바다 앞으로 가서 ‘아아∼아아’ 겨울왕국 노래를 흥얼거리며 바다로 뛰어 들고 싶어도 책임지지 못한다. 고성은 겨울왕국이다.

○ 여행 정보

팁+ △서낭바위 일대는 일출 명소로 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자리를 잡고 해돋이를 기다린다. △운봉산을 올라갈 때는 22사단 부대 정문 옆으로 난 길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물론 가장 힘들기도 하다. △고성군청을 지난다면 청우맛집(간성읍 간성시장1길 10)을 추천한다. 임연수어·가자미·고등어구이나 갈치조림 등 밥도둑만 모아 놓았다.

감성+ △음악: 픽서 어퍼(Fixer Upper·겨울왕국1) 겨울왕국에 나오는 돌멩이 요정 트롤들이 부르는 노래로 고성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면? △영화: 동주(2016년·이준익 감독) 윤동주의 고향인 북간도 용정으로 나오는 마을이 고성의 왕곡마을이다. 마을을 돌아다니면 영화에 나왔던 장소들이 나온다.

여행지 지수(★ 5개 만점)

△겨울왕국 돌멩이 요정 만나기 ★★★★★
△겨울왕국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점수따기 ★★★★★
△한적한 겨울바다 보며 커피 마시기 ★★★★★
△겨울 스쿠버다이빙 즐기기 ★★★★
 
고성=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겨울왕국#돌멩이 요정#트롤#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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