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스펙’ 부작용 부른 ‘외부 동아리-봉사 활동’ 반영 없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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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확대 대입 개편안]
학생부종합전형 어떻게 달라지나

현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4학년도부터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핵심인 비교과 활동이 사실상 폐지된다. 이른바 ‘자동봉진’(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과 수상 경력, 독서활동 중 자율, 진로활동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입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펙 쌓기 경쟁을 불러온 주요 비교과 활동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또 교사 추천서는 2022학년도, 자기소개서는 2024학년도부터 폐지된다. 교육부가 28일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담긴 내용이다.

○ 공정성 강화 위해 ‘부모 찬스’ 차단


‘의료동아리를 만들어 방과 후 병원에서 의료 윤리와 당뇨병, 소아천식에 대해 조사함’, ‘지역아동복지센터를 35시간 방문해 학습을 지도함’.

이는 현재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 가능한 내용이다. 학생이 자율적으로 만든 동아리활동과 외부 봉사활동 실적이다. 둘 다 방과 후에 개별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해도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정규 교육과정 내에서 교사 지도 아래 진행되는 동아리활동이나 휴지 줍기 같은 교내 봉사활동만 반영된다. 정규 동아리는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진행되는 것이다. ‘수학탐구반(39시간): 동서양 수학의 특징과 차이 탐구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설명함’ 같은 방식으로 기재할 수 있다.

자율활동은 발표회, 현장체험학습 등 학교 주최 행사나 학급 반장, 학생회장 같은 내용이다. 진로활동 역시 특기나 진로와 관련해 교내에서 실시한 성격유형검사나 상담 내용이 반영된다. ‘1학기 상담 기간에 1, 2학년의 교과 성적과 활동을 돌아보고 전년도 입시요강을 확인해 희망 학교와 학과를 탐색했다’ 같은 내용을 기재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의 학년별 진로 희망 사항은 기재만 하고 대입자료로 활용되지 않는다. ‘수학왕대회 최우수상, 과학탐구올림픽대회 장려상, 교과우수상(미적분Ⅰ, 생명과학Ⅰ)’ 같은 수상 경력과 독서활동도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행특)이 더욱 중요해진다. 세특은 교과 교사가 학생의 성취 수준 및 참여도 등에 대해 특기할 만한 사항을 과목당 500자 한도 내에서 적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어의 경우 ‘관동별곡에서 여정에 따른 정서의 변화를 잘 이해했고, 다른 가사 작품을 예로 들어 친구들의 이해를 도와줌’ 같은 식으로 적는다. 행특은 담임교사가 학생을 이해할 수 있는 종합의견을 적는 것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개편안에는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 확대와 논술전형 폐지, 학생부 비교과 활동의 대입 미반영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개편안에는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 확대와 논술전형 폐지, 학생부 비교과 활동의 대입 미반영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교육부는 내년부터 대학에 보내는 학생부 등 모든 자료에서 출신 고교 정보를 지워서 ‘블라인드 평가’를 할 방침이다. 또 고교가 학생 선발 때 참고해 달라며 교육과정이나 특별 프로그램 등의 정보를 대학에 제공하는 고교 프로파일도 폐지된다. 출신 고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 내신, 수능 둘 다 챙겨야


전문가들은 제도가 바뀌어도 학생 부담이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부를 잘해 교과수업 등에 장점을 가진 학생이 있는 반면 다양한 활동과 수상 실적에 역량이 뛰어난 학생도 있는데 비교과 활동이 유명무실해지면 전자가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어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수행평가 등 각종 과제 제출, 학생회장이나 반장 활동을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해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꼼꼼하게 평가할 교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자소서까지 폐지되면서 교사가 학생부에 기재한 내용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세특을 충분히 기재해 주지 않는 교사에 대한 불만이 많다. 교육부는 “수업시수가 많은 과목부터 세특 기재를 단계적으로 필수화하고, 표준안을 마련해 교사마다 역량 차이가 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비교과 활동을 통한 평가가 어려워지면서 각 대학은 학종 비중을 줄이고 대신 학생부교과전형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학종을 유지해도 이전보다 교과 영역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내신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걸 뜻한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수능 최저학력기준과 면접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학생은 내신과 수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당분간 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반고는 내신에 유리한 반면 서울 강남 등지의 명문고나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등은 학내 활동이 다양하고 수능 준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예나 yena@donga.com·강동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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