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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찍게 된 사진들[사진기자의 ‘사談진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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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찍게 된 사진들[사진기자의 ‘사談진談’]

김재명 기자 입력 2019-11-20 03:00수정 2019-1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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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이 재판받는 날이면 법원 구치감 출입구에서 사진기자들이 호송차를 기다리던 관행은 5월 법무부의 인권 지침에 따라 사라지게 됐다. 동아일보DB
김재명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 해 동안 취재한 사진을 정리해보니 올해도 수백 곳의 현장을 다녔다. 하지만 앞으로는 찍지 못하는 장소가 늘어난다. 대표적으로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사진이다. 국정농단 관계자를 비롯해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등이 차에서 내려 이동하는 모습을 앞으로는 볼 수 없게 됐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최순실 씨를 비롯해 김경수 경남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이 모습을 보였던 곳이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날이면 구치감 출입구에는 40∼50명의 사진기자와 카메라기자들이 2, 3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는다. 교정본부 버스가 도착하면 기자들은 뷰 파인더에 눈을 밀착시켜 이들이 10여 걸음 움직이는 동안의 모습을 찍어 왔다.

하지만 법무부는 5월 말 전국 교도소, 구치소에 지휘공문을 보내 인권 침해적 요소를 줄이는 차원에서 이곳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차량이 법원에 도착하면 구치감 앞뒤로 설치된 셔터가 내려져 더 이상 찍을 수 없게 됐다.

또 사라진 것은 검찰 출석에 앞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할 수 있었던 포토라인이다. 언론사는 피의자나 참고인의 소환 날짜가 알려지면 검찰청사 입구에 취재 질서를 위해 라인을 설치해왔다. 이조차도 10월 4일부터 공개 소환이 전면 폐지되면서 없어졌다. 이 또한 국민의 인권보장 실현 차원에서 실행됐다. 앞으로는 소환 당사자가 스스로 일정을 알려주지 않는 이상 검찰에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됐다. 그리고 검찰청 후문에서 포승줄이나 수갑을 착용한 채 조사받으러 오는 장면 역시 금지됐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비롯해 사법농단으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국정원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최경환 전 의원 등의 모습이 공개됐던 곳이다.


그리고 이제는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이나 집회조차 주최 측이 언론사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부터 사퇴가 이어지는 동안 검찰 개혁 관련 대규모 집회를 연 단체는 기자들의 명함을 확인한 후 취재 여부를 결정했다. 입장이 다르다고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며 배척하는 모습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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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규모 가축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근접해서 촬영하던 관행은 올해 거의 사라진 듯하다.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이 발생하면 해당 농장과 주변 농장도 살처분에 들어간다. 취재진은 정부에서 정해 놓은 일정 거리 밖에서 망원렌즈로 사진을 찍는다. 올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비슷한 방식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돼지사체 핏물’ 같은 보도를 통해 정부의 방역 및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알릴 수 있었다. 기자들은 취재 전후 반드시 검역소에서 소독을 한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불편하다. 취재진의 특성상 이동이 많아 혹시나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국민이 한마음으로 응시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있었다. 초등학교부터 계산하면 12년 동안 공부한 것을 하루에 평가받는 날이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시작된 입시 사진의 변화를 감지했을 수도 있다. 과거에는 수험생과 함께 온 어머니들이 교문이 닫힌 뒤 떡이나 엿을 붙였다. 아니면 기도하는 장면을 많이 봤는데 최근에는 보기 어렵다.

고사장에서 기도하는 수험생이나 진지하게 답안지를 작성하던 사진도 사라졌다. 수년 전에는 시험 시작 직전까지 머물면서 사진과 영상을 찍었으나 최근에는 교실 밖에서 감독관이 입실한 후 10분 이내로 나오기 때문이다. 카메라 셔터 소리나 취재진의 움직임이 시험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장은 앞으로 좀 더 줄이면 어떨까 한다. 내 마음이 약해진 건지, 아니면 생각이 변한 건지 자꾸 상대방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어느덧 올해 달력이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달력이 없어지는 것처럼 앞으로 볼 수 있는 사진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드는 한 해였다. 하지만 사진이 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과정을 반영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년에는 독자들에게 올해보다 따뜻한 사진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유명인 재판#사진기자#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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