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南 의존한 선임자 매우 잘못, 금강산 시설 철거”…文정부 배제 뜻 밝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남측 관광시설에 대해 “선임자들의 잘못된 의존 정책”이라며 철거를 지시했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의 ‘대남의존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 관광시설을 현지 지도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싹 들어내고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23일 북한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그전에 건설관계자들이 관광봉사건물들을 보기에도 민망스럽게 건설하여 자연경관에 손해를 주었는데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다”며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고, 땅이 아깝다.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금강산 관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 현대그룹과 추진한 남북 경제협력사업이다. 김 국방위원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공개적으로 아버지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일대를 금강산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마식령스키장이 하나로 연결된 문화관광지구로 세계적인 명승지답게 잘 꾸려야 한다”며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정부는 물론 시설을 투자한 현대 아산 등 우리 기업을 배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어려울 때 우리 정부와 현대아산이라는 기업이 상당한 투자를 해서 운영을 했고, 북한에게도 적지 않은 수익을 남겨준 그런 사업인데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완전히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간 조금 너무 나간 발언”이라며 “제대로 발전하려면 북한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미 2000년에 합의하기를 30~50년 동안 이런 금강산 개발의 개발권과 운영권, 그리고 관련 SOC 건설권을 현대아산에 부여했다. 그런 약속은 지켜나가면서 북한도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이것을 더 국제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의 약속을 깨면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한 곳은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금강펜션타운, 구룡마을, 온천빌리지, 가족호텔, 제2온정각, 고성항회집, 고성항골프장, 고성항출입사무소 등 남측에서 건설한 곳과 삼일포와 해금강, 구룡연일대다.

김 위원장의 금강산 현지지도에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인 장금철, 김여정, 조용원, 이정남, 유진, 홍영성, 현송월, 장성호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마원춘 국무위원회 국장이 동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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