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법 발동에도 홍콩 시위 지속…중국군, 시위대에 첫 경고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7일 02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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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반정부시위대와 경찰간 충돌이 6일에도 지속됐다. 친중국 성향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사태 악화를 막겠다면서 지난 5일 영국 식민 통치시절 긴급법에 근거해 복면금지법을 전격 시행했지만 시위대의 반발은 오히려 거세지는 모양새다. 경찰은 이날도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탄 등을 동원해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공영방송 RTHK 등에 따르면 정부의 불허에도 복면과 가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수천명은 전날 코즈베이만과 까우룽만 등 도심 곳곳에서 행진과 점거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희화할 때 쓰이는 ‘곰돌이 푸(Winnie the Pooh)’ 복면을 쓰고 나오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복면 금지법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복면이 아닌 손수건과 챙이 긴 모자를 쓰고 나와 법의 헛점을 파고드는 시위대도 속출했다.

시위대는 도로 곳곳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했고 진압을 시도하는 경찰에 화염병 등을 던지며 저항했다. 일부 시위대는 지하철(MTR) 역사 등 공공건물 기물을 파괴하기도 했다. 중국공상은행 등 홍콩에 진출한 중국 국영은행 지점을 겨냥한 방화 사건도 벌어졌다.

특히 일부 시위대는 까우룽퉁(九龍塘)에 위치한 인민해방군 주홍콩부대 병영 근처까지 접근해 레이저와 강한 불빛 등으로 건물을 비추기도 했다. 시위대는 앞선 시위에서도 항의의 표시로 경찰과 경찰서, 정부청사 등에 레이저 등을 조사한 바 있다.

이에 해방군은 막사내에서 노란 깃발을 들어 경고 신호를 보냈다. 이 깃발에는 번체와 영어 등으로 ‘당신은 법을 어기고 있으며 기소될 수 있다’는 경고문이 적혔다.

아울러 광둥어로 “이후 발생하는 결과는 모두 자기 자신이 져야 한다”고 육성 경고도 이뤄졌다. 해방군은 카메라를 이용해 시위 현황을 촬영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해방군의 경고에 별다른 충돌 없이 병영 주변을 이탈해 다른 지역으로 향했다.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홍콩 시위대와 해방군간 첫 직접 접촉이다. SCMP는 해방군이 전례없는 조치로 시위대에게 경고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홍콩은 람 장관의 긴급법 발동에도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홍콩은행연합회는 은행 운영체제상 고객의 수요에 대응할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혼란이 지속되면서 자동입출금기(ATM)에 현금 보충이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당국이 외환 통제와 휴학, 휴업 등을 단행할 수 있다는 루머가 돌면서 당국이 직접 이를 부인하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홍콩 지하철은 6일에 이어 7일도 일부 운행이 중단될 예정이다. 다만 국제공항행 고속열차는 7일 오후 1시부로 일부 운행이 재개된다. 당국은 파괴행위가 지속될 경우 철도 운행 중단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기야 휴교를 단행한 학교도 나왔다. 홍콩 성시대는 7일 휴교를 선언하고 조만간 보충수업 일정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일련의 사태로 학내 안전이 영향을 받고 교통이 수시로 단절되는 만큼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홍콩 경찰은 책임을 모두 시위대에 돌렸다. 경찰은 성명을 내어 “폭도들이 대중의 안전을 돌보지 않고 파괴행위와 방화, 도로 봉쇄, 은행과 지하철(MTR) 역사 파손 등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폭도들이 택시기사를 차에서 끌어내려 폭행하는 등 여러차례 시민들에게 사형(私刑)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경찰은 급격한 상황 악화로 인해 적당한 무력을 동원해 해산에 나섰다”면서 “과격 시위대의 폭력행위가 급격히 가열되고 있다. 치명적인 폭력으로 사회질서가 극도로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의료 당국은 전날 오후 11시 기준 1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중 3명은 위급한 상태라고 전했다. RTHK 소속 촬영기자도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을 맞고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6일 시위로 인한 체포자 현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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