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난 내부고발자 만날 권리 있다”… 사실상 색출 지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직접 출연한 짧은 동영상 트윗 “엄중한 결과 있을것” 협박성 발언
탄핵찬성 50%대 여론에 위기감… 측근들 “고발장은 탐정소설” 반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백악관 참모, 측근들이 미 민주당과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고발자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트위터에 자신이 출연한 짧은 동영상을 올리고 “사상 최악의 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추정되는 내부고발자를 거론하며 “그를 직접 만나고 싶다. 나는 그를 만날 권리가 있다”고도 했다. 미 CBS방송 등에 따르면 내부고발자는 현재 연방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사실상 행정부 차원의 내부고발자 색출을 지시한 듯한 발언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람이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스파이 행위를 했나? 엄중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내부고발자를 협박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은 9쪽짜리 ‘낸시 드루’ 소설(소녀 탐정 소설) 같다”고 폄훼했다. 그를 ‘딥스테이트(정부를 흔드는 숨은 권력집단) 요원’ ‘스파이’ 등으로도 불렀다. 밀러 고문은 “대통령이야말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의 부패 의혹을 밝힌 내부고발자”라며 “부패 스캔들을 파헤치는 것이 미국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는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방송에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그거야말로 헌법 위반”이라면서 “내부고발자는 자신이 직접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며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통령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정치적 함정이다.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제로(0)’”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진영의 이런 발언은 그만큼 백악관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CBS-유고브가 지난달 26, 27일 미국 성인 205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찬성한다”는 답은 55%였다. 다만 지지 정당별로는 확연하게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의 찬성 비율은 87%, 공화당 지지층은 반대 비율이 77%여서 극심한 편향성을 보였다.

민주당은 탄핵 조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여러 방송에서 내부고발자가 곧 의회에서 증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줄리아니 전 시장의 소환 계획을 밝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같은 다른 정상들과의 대화도 들여다볼 것”이라며 조사 확대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CBS에 출연해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말라”고 백악관에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정치 역풍을 고려한 듯 이날 민주당 전화회의에서는 “탄핵 조사는 헌법과 애국심에 관한 문제이지, 트럼프 대통령이나 2020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반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이윤태 기자
#미국#트럼프#우크라이나 스캔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