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대 음주운전 사망사고 내도 300만원 물면 끝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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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기준-처벌수위 강화됐지만
“사고 부담금 적어 경각심 못주고 보험료 올라 일반 운전자 피해”
가해자 부담액 인상 목소리 커져

이달 8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한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30대 남성이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가 있었다. 이 남성은 척추와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차량 운전자 A 씨(36)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21%의 만취 상태로 차를 몰았다. A 씨가 가입해 있던 자동차보험 회사는 사고 피해자에게 치료비 등으로 보상금 1억500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A 씨가 낸 사고 부담금은 300만 원이 전부였다.

앞서 7월 5일 경북 구미시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50대 여성이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승용차 운전자 B 씨(46)는 술을 마신 상태였다. B 씨의 보험사는 사망한 여성의 유족 측에 보상금 2억300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B 씨가 낸 사고부담금은 역시 300만 원이 다였다.

B 씨의 경우처럼 현행법(도로교통법) 위반인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 교통사고를 내더라도 가해 운전자에게 지울 수 있는 사고부담금은 최고 400만 원이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상 음주운전 사고 운전자는 대인피해에 대해 최고 300만 원, 대물피해에 대해선 최고 100만 원을 배상하면 되고, 나머지는 운전자의 보험사가 담보 한도 내에서 전부 보상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음주운전 사고 운전자의 사고부담금 한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속 기준과 처벌 수위가 강화되는 등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데 비해 음주운전 사고 운전자에게 지우는 ‘경제적 페널티’가 너무 느슨하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더 높이려면 음주운전자가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액수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가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약 2822억 원에 이른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 1건당 인적피해 보상금은 평균 980만 원, 물적 피해 보상금은 평균 430만 원가량이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현행 제도는 선량한 운전자들이 음주운전 사고 운전자들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음주운전 사고 운전자의 피해 보상 부담액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선량한 운전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국과 대만 등에서는 음주운전 사고 피해 보상금 전액을 가해 운전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음주운전자가 부담하는 사고 피해 보상금 한도 상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음주운전#사고부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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