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국방부, 44년 전 ‘인천 총기난사’ 사건 재수사 해야”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0일 0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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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덕적도 근무 방위병, 애인 부모·동생 살해 후 자살
"軍, 조사 없이 발설 금지 협박만…피해자 권리구제 막혀"
허술한 무기·탄약고 관리로 사건 발생…지휘관 처벌도 없어
"軍 불법행위로 억울한 피해발생 시 국가가 배상할 책임"

44년 전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서 발생한 ‘방위병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정확한 진상규명을 통해 군 당국의 총기 관리 부실 책임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국가가 피해 유족의 손해배상 권리를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는 1975년 인천 옹진군 소재 덕적도에서 복무하던 방위병이 민간인에게 총기를 난사해 살해한 뒤,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재조사 또는 재수사 할 것을 국방부에 의견 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권익위가 요청해 해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75년 5월 당시 방위병으로 근무하던 A씨는 B씨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는 데 불만을 품고 무기고에서 훔친 소총으로 B씨의 부모와 동생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과정에서 복부에 총격을 당한 B씨의 또 다른 동생 C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평생을 장폐색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해당 총격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B씨의 동생들은 어려운 생활을 이어오다 지난해 6월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사건 당시 정확한 내막을 확인해 피해에 대한 권리 구제를 받기 위해서였다.

당시 군 당국은 해당 사건에 대한 외부 발설을 금지하고 언론에 보도통제를 가하는 등 은폐하기에만 급급했을 뿐 정확한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한 사건에 대한 재조사와 함께 피해보상 요구를 골자로 한 민원을 권익위에 청구했다.

이에 권익위는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제5해역사령부(현 인천해역방어사령부)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자살 사건 통보서’ 이외에 다른 문건을 받지 못했다. 민원청구인과 친척, 당시 거주민에 대한 증언을 토대로 면담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권익위는 사건 당시 발생 경위와 책임자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민 진술을 확보했다. 주민에 따르면 당시 무기고와 탄약고 열쇠는 예비군 소대장이 관리했고, 장사를 병행하면서 방위병 A씨에게 열쇠를 맡기는 일이 잦았다.

이러한 허술한 무기고 및 탄약고 관리체계 탓에 A씨의 총격 사건이 발생했지만, 군 지휘관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권익위는 판단했다.

권익위는 해당 사건으로 한 가족의 삶이 파괴됐고 그 피해는 계속 진행 중이라는 점, 피해자가 국가에 손해배상 등의 권리구제를 요구하는 데 군 부대의 협박이라는 객관적인 장애요소가 있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상규명이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권익위는 당시 사건을 재조사 또는 재수사 하고, 이를 통해 피해 구제방안 마련을 검토할 것을 국방부에 의견 표명했다.

권근상 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수십 년 전 군인의 불법행위로 국민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가 이를 배상하고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며 “당시 군의 제대로 된 조사가 없었다면 지금이라도 객관적인 재조사가 이루어져 진실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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