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히로히토 전 일왕, 패전 7년 후 재군비·개헌 필요성 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9일 22시 55분


코멘트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
히로히토(裕仁·1901~1989년) 전 일왕이 패전 후 7년이 지난 시점에서 재군비(再軍備)와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NHK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군대를 갖춰 이른바 ‘정상국가화’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개헌 드라이브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NHK 방송은 초대 궁내청(왕실 담당 부처) 장관 다지마 마치지(田島道治)가 히로히토 전 일왕과의 대화를 기록한 ‘배알기(拜謁記)’ 내용을 유족으로부터 받아 공개했다. 1948년부터 5년간 장관을 맡은 다지마는 600회(총 300시간)에 걸쳐 히로히토 전 일왕과 나눈 대화를 배알기에 기록했다.

히로히토 전 일왕은 전쟁에 대한 반성과 후회를 자주 언급했다. 하지만 기록에 따르면 그는 1952년 2월 “헌법개정에 편승해 밖에서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해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부분은 다루지 않고 군비에 대해서만 공명정대하게 당당히 개정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해 3월에는 “경찰도, 의사도, 병원도 없는 세상이 이상적이지만, 병이 있는 이상 의사가 필요하고 난폭자가 있는 이상 의사가 필요하다”며 “침략이 없는 세상이면 무장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침략이 인간사회에 있는 이상 군대는 부득이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5월에도 “재군비에 의해 군벌이 다시 대두하는 것은 절대 싫지만, 침략을 받을 위협이 있는 이상 방위적인 새로운 군비가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은 패전 후 미 군정이 주도해 만든 평화헌법에 따라 교전권과 군대보유를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히로히토 전 일왕의 발언은 군대 보유와 재무장을 위해 헌법 개정을 촉구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