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한달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 개발진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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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시간에 음주, 회식은 수제맥줏집
2000번 넘는 실험에 버린 맥주만 30t”

지난달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인 ‘LG 홈브루’와 개발진. 왼쪽부터 신대기 뉴비즈니스디자인팀 책임연구원, 최호선 바텐더태스크 연구위원, 오은숙 키친어플라이언스상품기획팀 책임. LG전자 제공
지난달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인 ‘LG 홈브루’와 개발진. 왼쪽부터 신대기 뉴비즈니스디자인팀 책임연구원, 최호선 바텐더태스크 연구위원, 오은숙 키친어플라이언스상품기획팀 책임. LG전자 제공
“왜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을 수는 없을까?”

2014년 LG전자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 한 직원이 집에서 수제맥주를 만들어 보려다 거듭 실패하자 LG전자 생활가전 기술이면 ‘수제맥주 제조기’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디어를 던졌다. 수제맥주 제조기 아이디어는 좋은 평가를 받았고 회사는 곧장 선행연구를 시작했다. 개발자가 주축이 된 ‘바텐더태스크’가 생겼고 여기에 디자인, 상품 기획 등 각 담당이 힘을 모았다. 지난달 LG전자가 출시한 ‘LG 홈브루’의 시작이었다.

최호선 LG전자 바텐더태스크 연구위원은 “집에서도 수제맥주를 즐기고자 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LG전자가 그간 쌓아온 정밀 온도 제어, 발효 알고리즘 기술에다 정수기의 온수살균 기술로 세척까지 자동화해 누구나 쉽게 맥주를 만들 수 있게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최우선 과제는 ‘맛’이었다. 최고의 맛을 찾아 영국과 독일 벨기에 미국 등 맥주 강국들의 양조장을 찾았다. 2017년 가장 먼저 ‘비어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한 최 위원을 따라 직원들이 연이어 자격증을 따면서 회사 내 비어소믈리에가 10명으로 늘었다. 근무 중 ‘합법적인 음주’라는 이유로 다른 팀 연구원들의 부러움을 잔뜩 샀지만 남모를 고충도 있었다. 맛을 찾기 위해 2000번 넘는 실험을 거듭하며 버려야 했던 맥주만 30t이 넘는다.

오은숙 키친어플라이언스상품기획팀 책임은 “팀원들이 휴가 때도 양조장을 찾곤 했다”며 “출시 전까지 시중에 판매 중인 맥주 100여 종을 시음해보고 회식 자리에는 홈브루에서 뽑아 낸 맥주를 용기에 담아 가 수제맥줏집에서 직접 비교해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초의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인 만큼 전에 없던 디자인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부담도 따랐다. 디자인팀은 냉장고와 정수기처럼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를 갖추기 위해 원기둥과 사각형의 정형화된 디자인을 택했다. 맥주를 따를 때 거품이 적당량 생기도록 추출구를 비스듬히 깎는 등 디테일도 챙겼다.

신대기 뉴비즈니스디자인팀 책임연구원은 “제품 디자인을 아예 갈아엎은 것만 6, 7번”이라며 “맥주 양조를 위한 두 개의 원통 형상이 새로운 시장의 표준 디자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출시 한 달이 된 홈브루의 판매는 상승세를 탔다고 한다. 주류 제조 면허가 없는 LG전자가 현행 주세법상 시음 없이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고무적인 성과다. 최 위원은 “스타일러 등 신(新)가전들도 초기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며 제품 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lg전자#수제맥주#lg 홈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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