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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조릿대 베어낸 자리에 산철쭉-진달래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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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조릿대 베어낸 자리에 산철쭉-진달래 ‘활짝’

임재영 기자 입력 2019-08-07 03:00수정 2019-08-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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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조릿대 제거현장 가보니
풀베기 작업 후 식생에 변화… 말 풀어놓으니 식물 종 늘어
벌채-방목, 생태계 복원 효과
한라산국립공원 어리목탐방로 만세동산 주변에서 제주조릿대를 제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제주조릿대 분포 확장에 따른 한라산 고유식물 종 다양성 유지를 위한 관리방안을 마련하려는 연구활동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4일 오후 한라산국립공원 어리목탐방로 해발 1550m 만세동산 전망대 부근. 풀 등 잡초를 잘라내는 예초기 소리가 소란스러웠다. 주변에 다른 작업 인부들도 낫을 들고 땡볕 아래에서 풀을 벴다. 자생식물을 보호해야 하는 국립공원에서 풀베기는 어불성설이지만 이번 작업은 예외였다. 한라산을 뒤덮고 있는 제주조릿대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면 다른 자생식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풀베기 작업이 진행됐다.

볏과에 속하는 외떡잎식물인 제주조릿대는 줄기뿌리가 땅을 단단히 움켜쥐면서 번식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이 자라기 힘들다. 제주조릿대를 베어낸 곳에서는 산철쭉과 털진달래가 밑동까지 온전한 모습을 보였다. 제주조릿대를 제거하자 한라산 특산식물로 꽃이 노란 높이 40∼50cm의 금방망이는 밑줄기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제주조릿대를 제거했던 인근 지역에서 땅바닥에 백리향, 구슬붕이 등이 꽃을 피웠다. 생태계 변화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제주조릿대 분포 확장에 따른 한라산 고유식물 종 다양성 유지를 위한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만세동산 5000m²를 비롯해 장구목(해발 1740m) 1만8000m², 선작지왓(해발 1650m) 5000m², 진달래밭(해발 1500m) 1000m² 등 4곳에서 제주조릿대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만세동산 부근 1만 m²에서는 말 6마리를 40여 일 동안 방목해 제주조릿대를 먹이로 섭취하도록 할 예정이다. 제주조릿대를 먹어치우던 소와 말의 방목이 1980년대 중반부터 금지된 후 제주조릿대가 번성했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말 방목 이후 식물 종수는 2016년 36종에서 2017년 46종, 2018년 59종 등으로 증가했다. 말의 답압(踏壓) 등으로 햇빛에 노출된 제주조릿대가 뿌리째 말라죽으면서 제주조릿대를 제외한 한라산 자생식물이 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구목 일대에서는 제주조릿대를 제거한 지 1년 만에 산철쭉과 털진달래 생육이 회복 기미를 보였고 은분취, 제주양지꽃, 흰그늘용담 등 14종이 새로 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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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구에서 제주조릿대가 한라산국립공원 면적의 95.3%인 146km²에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곡이나 한라산 정상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 등산로였다가 붕괴 위험 등으로 출입이 통제된 백록담 서북벽 주변까지 영역을 확장해 고산 희귀식물의 서식처인 백록담 분화구도 제주조릿대로 덮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대신 세계유산본부 생물자원연구과장은 “인위적인 베어내기 작업을 되풀이할수록 철쭉, 털진달래 생육이 건강해지고 멸종위기 식물인 손바닥난초가 보일 정도로 식생이 변했다”며 “내년까지 연구를 진행해 한라산 생태계를 보전하고 회복하는 적정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국립공원#제주조릿대#산철쭉#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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