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금리 장기인하 시작 아니다”… 불확실성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10년 7개월 만에 금리 내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FOMC는 이날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워싱턴=신화 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FOMC는 이날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워싱턴=신화 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0년 7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내리면서 세계 각국이 다시 확장적 통화정책 모드로 전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주요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 여건이 양호한 미국도 글로벌 경제의 위기 신호를 좌시할 수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다만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선 별다른 신호를 주지 않음에 따라 각국의 향후 통화정책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당장 한국은행도 연내에 금리를 추가로 내릴지를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됐다.

○ 세계 각국 ‘돈 풀기’ 흐름 이어질 듯


현재 미국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이날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은 오히려 의아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연율 기준 2.1%로 양호한 편이고 6월 실업률이 반세기 만의 최저치에 근접하는 3.7%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제조업이 둔화되는 등 성장 엔진이 식어간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또 식품 및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물가가 상반기 1.6% 상승하는 데 그쳐 연준의 목표치(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역전쟁 긴장 고조 및 세계 경기 둔화 등 글로벌 경제와 미국 경제의 연계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나 홀로’ 금리 인상이나 동결을 고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각국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 흐름은 계속 이어지는 양상이다. 올 4월 이후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등이 금리를 내렸고 브라질도 지난달 31일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일본과 유럽도 추가 부양책에 대한 강한 신호를 내고 있다. 아마미야 마사요시(雨宮正佳) 일본은행(BOJ) 부총재는 1일 “경제 리스크를 막기 위해 통화 부양책을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런 의사를 더 분명히 했다.

다만 연준은 이날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신호를 시장에 내보냈다. 제롬 파월 의장은 “한 번만 금리를 내리겠다고 하진 않았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장기 인하 사이클의 시작은 아니다”라며 추가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금리 인하를 두고 ‘매파적(금융 긴축적) 인하’라는 반어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날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주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시장이 연준에 기대했던 것은 중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는 장기적이고 공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이었다”며 “평소처럼 파월은 우리를 실망시켰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 한은 연내 또 금리 내릴까


이 같은 연준의 애매한 스탠스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가만히 있는데 한은만 금리를 다시 내리면 두 나라의 금리 차가 더 벌어지고,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준의 결정에 대해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 예상보다 덜 완화적이었다”면서도 “연준이 미국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아직 상당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도 한은의 금리 인하 여지가 아직 충분하다고 본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경제보복 등의 악재를 헤쳐 나가려면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이번 통화정책 회의에서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어뒀다”며 “한은이 당분간 대내외 여건 등을 점검한 뒤 4분기(10∼12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연방준비제도#미국 금리 인하#한국은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