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공소장에 담긴 처절한 범죄 현장…제어 안 된 ‘분노’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5일 0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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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밝힌 고유정 범행 동기 '내 평온 깨는 면접교섭권'
"고유정, 1차 면접교섭지역 청주에서 제주로 변경해"
"시신 바다 유기 위한 치밀한 계획범죄 정황" 검찰 설명

“고유정은 이혼과정에서 증오의 대상이 된 피해자에게 평생 아들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피해자와 평생 엮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자신의 결심이 면접교섭권으로 인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꼈다”

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1일 구속 기소된 고유정(36)의 범죄 동기는 한마디로 ‘분노’였다. 제어하지 못한 고유정의 ‘분노’는 한 사람을 잔혹하게 죽이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4일 뉴시스가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고유정은 이혼 이후 피해자인 전 남편 강모(36)씨가 면접교섭권을 통해 자신의 평온을 깨뜨리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유정은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현 남편을 친부로 알기를 바랬다. 이혼과 함께 전 남편과의 관계를 완벽하게 매듭짓고 싶었던 고유정은 면접교섭이 진행되자마자 대담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현 남편과의 잦은 다툼도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 동기로 작용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향후 주기적인 면접교섭으로 피해자를 만나는 일이 반복될 경우 현 남편과 불화를 겪게 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계획이 서자 고씨는 곧바로 범행 준비에 들어갔다. 고씨는 지난 5월10일부터 같은 달 16일까지 자신이 사용하는 2개의 스마트폰과 PC에 ‘졸피뎀, 제주 키즈 펜션 무인, 니코틴 치사량, 뼈 강도, 뼈의 무게, 제주 바다 쓰레기’ 등을 검색하며 범행 이후 사체 은닉 방법까지 계획한 정황이 나왔다.

범행을 위한 준비를 마친 고씨는 같은 달 23일 오전 11시36분부터 11시41분까지 약 4분간 스마트폰으로 ‘졸피드정 10㎎, 졸피드, 졸피뎀 구매’ 등을 최종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신을 바다에 버리기 위해서 면접교섭 장소도 변경했다. 법원은 지난 5월 조정절차를 통해 1차 면접교섭일을 범행이 발생한 같은 달 25일 청주에서 진행키로 합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고씨는 “25일 제주에서 만나자~~ 제주에서 보는게 더 좋을 것 같다. 괜찮지? 어디갈지 고민해봅시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애초 청주로 예정돼 있던 1차 면접교섭 장소를 제주로 변경했다.

이는 바다에 시신을 버리기 위한 치밀한 계산으로 추정된다. 완벽한 시신 감추기를 위해서는 반드시 바다가 필요했고, 고유정은 자신의 차를 몰아 제주에 들어왔다.

검찰은 고씨가 범행 당일인 5월25일 오후 8시10분께부터 졸피뎀이 섞인 카레 등 음식물을 먹은 피해자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흉기를 이용해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잔혹한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한 고씨는 꼬박 하루가 넘도록 펜션을 말끔히 청소한 뒤에야 현관문을 나서는 꼼꼼함도 보였다.

경찰은 같은 달 27일 오후께 피해자 가족들의 실종신고와 112를 통한 자살신고에도 적극적인 수사를 미루다 나흘이 지나서야 고유정 신병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고씨는 제주-완도 간 여객선 항로에 피해자 시신을 1차 유기한 후, 아버지 소유의 김포시 아파트에서 2차 시신 훼손 작업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장소인 펜션 수색은 5월31일에서야 이뤄졌다. 검찰은 30일 오후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기각해 고씨가 2차 시신 훼손과 은닉을 마치고 청주시 자택으로 유유히 떠날 수 있는 시간도 벌어줬다.

펜션에서는 루미놀 반응 검사를 통해 피해자 혈흔이 나왔고, 그제서야 경찰은 고씨의 긴급체포에 나서게 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체포영장 기각으로 인해 고유정을 김포에서 체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과 경찰은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일 고씨를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재판은 오는 15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이르면 내달 초 속행될 예정이다.

한편, 고유정은 다수의 변호인단을 구성해 향후 법정 공방을 대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변호인 중에는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인력도 포함돼 있는 등 이는 고씨의 ‘우발적 살인’ 주장을 관철시키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특히 청주시 자택에서 압수한 고씨의 PC와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 감식을 통해 계획범죄임을 입증할 수 있는 다수의 정황 및 직접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 같이 계획범죄를 의미하는 구체적인 증거물 총 89점과 고씨의 자백 등을 통해 충분히 법정에서 공소를 유지하고 혐의를 입증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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