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점입가경 거대 노조 밥그릇 싸움, 노조원들 쓴소리 안 들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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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건설 현장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채용 요구 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로 자기네 조합원을 채용하라며 공사장 입구를 막고 충돌하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지난달 23일 양대 노총 1000여 명이 하루 종일 맞불 집회를 가졌다.

이들의 요구는 상식적인 노조 활동의 한계를 넘는다. 민노총의 조합원 채용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온 건설사 측에서 3월 15명을 고용하자 이번에는 한노총이 요구를 해 20명을 고용했고, 민노총이 다시 “우리 쪽을 더 고용하라”며 이 지경에 온 것이다. 다른 공사장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법집회는 물론 비조합원의 현장 출입 차단 등의 횡포가 자행되고 있다.

어려운 경제 현실이나 일자리의 지속적 창출에 대한 고민보다 당장의 이익과 기득권 유지에만 집착하는 강성 노조들의 행태는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동아일보가 최근 노조 간부와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인터뷰에서 대다수는 전체 근로자와 사회 대신 기득권에만 매몰된 거대 노조의 행태를 우려했다. 노조 내 파벌싸움이 정치판하고 똑같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노동절 메시지에서 “노동계도 우리 사회의 주류라는 자세로 함께해 주길 바란다”며 “과거 노동이 ‘투쟁’으로 존중을 찾았다면, 앞으로의 세상에서 노동은 ‘상생’으로 존중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제 민노총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가진 뒤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태평로 왕복 12차선, 세종대로 왕복 10차선, 사직로 왕복 10차선이 순차적으로 전면 차단됐다. 경찰이 시민의 불편에는 아랑곳없이 이렇게까지 배려해 준 시위는 보기 드물다. 그럼에도 거대 노조가 경제의 한 주역으로서의 책임 의식 없이, 전체 근로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들의 이득에만 매몰된다면 정권의 탄압보다 더 무서운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노총#민노총#채용 요구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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