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체 “일감 줄어 월급도 뚝”… 노조 “파업때문만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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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들이 보는 노조의 현주소]완성차 노조 파업, 피해는 협력사 몫

완성차 업체 부분파업에… 협력사 공장은 멈춰 재고 쌓여가 완성차 업체가 파업하면 협력업체도 연쇄적으로 
충격을 받는다. 22일 부분 파업 중인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공장에선 대부분의 라인이 정상 가동 중이었다(위쪽 사진). 반면
 같은 날 인근 산업단지 내 르노삼성 협력업체 공장에는 미리 만들어둔 부품이 납품되지 않은 채 재고로 쌓여 있었다. 부산=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완성차 업체 부분파업에… 협력사 공장은 멈춰 재고 쌓여가 완성차 업체가 파업하면 협력업체도 연쇄적으로 충격을 받는다. 22일 부분 파업 중인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공장에선 대부분의 라인이 정상 가동 중이었다(위쪽 사진). 반면 같은 날 인근 산업단지 내 르노삼성 협력업체 공장에는 미리 만들어둔 부품이 납품되지 않은 채 재고로 쌓여 있었다. 부산=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중학생 딸은 최근 수학학원을 그만뒀다. 숙제더미에서 해방된 딸은 좋아하지만 엄마 김은서(가명·39) 씨는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부품협력사에서 일하는 김 씨는 6개월째 이어지는 부산 르노삼성자동차 파업으로 잔업과 특근이 없어져 월급이 40만 원가량 줄었다.

완성차, 1차 협력사, 2차 협력사로 내려갈수록 임금과 복지 혜택이 줄어드는 역피라미드 구조에서 대기업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협력사 노동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 대기업 파업으로 협력사 직원들이 피해


부산 지사과학산업단지 내 부품공장 A사의 직원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월·화·목·금요일은 오후 8시까지 잔업 근무를 하고 수요일만 오후 5시에 퇴근했다. 가끔 토요일에 특근도 하면서 주당 근무시간이 60시간가량 될 때가 많았다. 이 정도 잔업과 특근을 해야 평균 3000만∼4000만 원 정도의 연봉 수준을 맞출 수 있다.

본보 기자가 A사를 방문한 22일 오전, 이 공장의 설비 13대 중 2대만 돌아가고 있었다. 일부 직원은 일감이 없어 청소를 하거나 직무교육을 받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 회사 생산부장은 “일할 물량이 줄었다고 숙련공들을 자르면 나중에 회사가 정상화됐을 때 기계를 돌릴 인력이 없어진다”며 출혈이 생겨도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르노삼성 노조에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기자가 ‘완성차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상을 잘하면 하청업체도 반사이익을 보지 않느냐’고 하자 “개 풀 뜯어먹는 소리 말라”고 면박을 줬다. 완성차 임금이 오르면 완성차 측에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협력업체에 단가 인하 압력을 넣고 결국 협력업체는 경영난에 직면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런 불공정거래를 감시하지 않느냐는 말도 이들에겐 ‘철없는 소리’였다. 하청업체들은 부품 한 개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높였다고 하는 등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 원청회사가 법에 걸리지 않게 할 ‘숙제’까지 맡는다고 했다.

○ 대기업 노조 “물량 감소, 파업 때문만은 아니다”

르노삼성 노조는 이런 협력업체의 불만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날 오후 만난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4시간 파업하면 협력사 직원들도 4시간 쉬어야 하는 구조”라며 피해를 보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단기간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협력업체 직원의 하소연에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회사에 100을 얻기 위해 150을 요구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노조는 협력업체들의 일감이 줄어드는 이유를 다른 쪽에서 찾았다. 회사 측이 이미 작년 하반기(7∼12월)경 협력업체들에 물량이 줄어들 것에 대비하라는 업무연락을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르노 경영진이 중장기 경영계획상 한국 생산물량을 줄이려고 하던 참이어서 일감이 줄어든 것이지 파업 때문에 물량이 감소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파이’ 다툼

대기업으로 파견 나간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노조는 딴 세상 이야기였다. 박모 씨는 2013년 대기업 제철공장에 파견 근무할 때 위험한 고로(高爐) 청소를 도맡아했다. 그는 “힘든 일에서 노조원들은 빠지고 하청 노동자들이 주로 떠안았다”고 말했다.

조선업체 1차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던 정모 씨는 원청, 1차 하청, 2차 하청을 수직으로 연결된 신분제처럼 느꼈다. 협력업체 소속인 정 씨와 동료들도 노조를 만들까 생각했지만 “노조가 생겼다는 이유로 원청업체로부터 버림받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했다. 일감이 없는데 노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대기업 정규직 노조 소속인 김모 씨는 협력업체를 직영화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이 정규화되는 과정을 보면서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그는 “기존 정규직들은 체력검사와 시험을 보고 들어왔는데 협력업체 직원들은 아무 조건 없이 갑자기 정규직이 된 뒤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것을 다 누리려 한다”고 했다.

인천=최혜령 herstory@donga.com / 이새샘 / 부산=홍수용 기자
#대기업 노조#파업#협력업체#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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