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 ‘예타’… 지역개발 길 넓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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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제도 20년만에 전면 개편
非수도권 사업 균형발전 가중치, 수도권은 ‘균형’ 빼고 경제성 중점
최종결정권한 KDI서 기재부로… 일각 “선심재정 방지장치 무력화”

정부가 나랏돈이 들어가는 대규모 지방 사업을 평가할 때 경제성 대신 지역균형발전 기여도를 더 감안하기로 했다. 사업을 할지 최종 결정하는 권한도 기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기획재정부로 갖고 오기로 했다. 지방의 사회간접자본(SOC)과 복지시설을 확충하려는 취지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선심성 사업이 대거 추진돼 재정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현행 예타는 개별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사업 추진에 따른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해당 사업의 경제성과 정책 효과 등을 지수화해 일정 기준 이하면 사업을 못 하게 한다. 그동안 심사 대상 3건 중 1건꼴로 탈락했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지자체나 관련 부처에서 제도 운영에 대한 지적이 많아 이번에 개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예타는 △경제성 △지역균형발전 △정책성 항목을 평가한다. KDI에서 세 항목을 모두 평가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했지만 앞으론 기재부 산하 재정사업평가위원회가 정책성과 균형발전 항목을 평가한 뒤 경제성 조사 결과를 받아 사업을 허가해준다. 기재부 2차관이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어서 사실상 정부가 다양한 경제외적 변수를 고려해 사업을 허가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정책성을 평가할 때는 간접고용 효과, 생활여건 개선 정도 등 수치로 나타내기 힘든 사회적 가치를 대거 반영할 예정이다.

평가 기준에서도 비수도권 사업은 경제성 평가 가중치를 5%포인트 낮추는 반면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를 5%포인트 높인다. 정책성 항목은 지금과 동일하다. 수도권 사업은 감점 요인이 됐던 경우가 많은 지역균형발전 항목을 아예 빼고 경제성과 정책성으로만 평가한다. 복지사업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달리 사회적 영향도 등을 중요하게 볼 예정이다. 예타 기간은 1년 7개월에서 1년으로 줄인다.

지자체들은 일제히 이번 결정을 반겼다. 정치권도 여야를 막론하고 긍정적인 반응이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국가균형발전을 추구한다는 목적은 환영한다”면서도 “취지를 악용해 선거 공학적으로 이용하면 국가 재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타는 선심성 재정사업을 추진하려는 정치권의 공세를 막는 최후의 보루였는데, 이번 방안으로 예타 자체가 무력화됐다”고 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송충현 / 홍정수 기자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soc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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