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FI “중재신청” 압박… 신창재 회장 “협상 이어가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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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측 “18일까지 대안달라” 통첩… 신회장 “중재신청 재고해달라”
약속된 IPO 3년 넘게 미뤄져… FI제시 풋옵션 가격 두고 갈등
중재 수순 밟을땐 기업공개 차질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과 한때 ‘백기사’였던 재무적 투자자(FI) 간 갈등이 임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18일은 FI들이 신 회장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한 데드라인이다. 신 회장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실질적인 협상카드를 제시하지 않아 FI들이 마음을 돌릴지 미지수다.

1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FI 측은 15일 서한을 통해 신 회장 측이 18일까지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 당초 계획했던 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혔다. 중재신청 예고에 신 회장은 17일 유감의 뜻을 밝혔다. 신 회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그동안 기업공개(IPO)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은 당면한 자본 확충 이슈 때문이었다”며 “(그 상황은) 대주주인 FI들도 충분히 알고 있었던 만큼 중재 신청 재고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최대주주인 동시에 교보생명의 CEO로서 500만 명의 가입자가 있고, 4000명의 임직원과 그 가족이 있으며, 1만6000명의 컨설턴트가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미래가 협상의 향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파국을 막자는 얘기다.

신 회장과 FI들의 갈등이 중재 소송으로까지 치닫게 된 원인은 2012년 맺은 ‘풋옵션’ 계약이다. 교보생명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자사 보유 교보생명 지분(24%)을 팔려고 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FI들에 해당 지분을 1조2054억 원에 사 달라고 했다. 교보생명은 그 대신 2015년까지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를 약속했다. 여기에 더해 기한 내 기업공개를 못 하면 회사가 아닌 신 회장 개인이 FI들의 교보생명 지분을 되사는 조건(풋옵션)을 달았다.

하지만 애초 가격을 확실히 정하지 않은 풋옵션 조항이 갈등의 ‘불씨’가 됐다. 약속된 기한을 3년가량 넘겨도 IPO가 이뤄지지 않자 FI들은 지난해 2조 원 규모(주당 40만9000원)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그 후 FI와 협상을 지속해온 신 회장 측은 12일 FI들에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FI들의 주식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자금 조달 △FI 지분의 제3자 매각 추진 △IPO 성공 후 차익 보전 등이 포함된 새로운 타협안을 제시했다. 신 회장 측은 근본적으로 FI들이 요구한 금액을 수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FI들은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FI 관계자는 “신 회장의 협상안은 3가지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 볼 테니 가격을 다시 협상해 보자는 것”이라며 “이미 여러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 합리적으로 산정된 가격인 만큼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중재 절차에는 최소 5,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항소가 불가능하다. 양측이 중재 절차를 밟으면 교보생명의 IPO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주주 간 분쟁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에서 결격 사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재 수순을 밟는다고 해도 ‘물밑 대화’를 통한 협상 타결 가능성은 존재한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신 회장은 “중재 신청을 했어도 언제든 철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중재 신청이 철회되지 않더라도 별도의 협상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강유현 기자
#교보생명#fi#중재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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