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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엎은 민노총… 文대통령 공들인 ‘사회적 대타협’ 물거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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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엎은 민노총… 文대통령 공들인 ‘사회적 대타협’ 물거품 위기

유성열 기자 , 박은서 기자 입력 2019-01-30 03:00수정 2019-01-3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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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위원장 “경사노위 불참” 선언
심각한 지도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대의원대회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김명환 위원장(오른쪽) 등 지도부가 긴급회의를 하고 있다. 민노총 지도부는 이날 경사노위 관련 안건이 모두 부결되자 경사노위 참여 방침을 철회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29일 문재인 정부가 신설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전날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놓고 김 위원장이 올린 3개 안건이 대의원대회에서 모두 부결되자 더 이상 추진동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민노총 불참을 되돌릴 수 없다고 보고 경사노위 논의와 상관없이 2월 국회에서 노동 현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조차 경사노위 논의 일시 중단을 선언해 문재인 대통령이 공을 들인 사회적 대타협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더 꼬여 버린 노동 현안 방정식


정부 여당과 경사노위는 이제 민노총에 대한 구애를 접고 노동 현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여당은 현재 경사노위에서 논의 중인 탄력근로제(작업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였다 줄여 법정근로시간에 맞추는 제도) 확대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두고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2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한국노총마저 경사노위 이탈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권의 시간표는 희망사항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한국노총은 ILO 협약 비준과 관련해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등 경영계의 요구가 반영되면 경사노위를 나가겠다며 31일 예정된 경사노위 회의를 보이콧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경사노위가 출범 석 달도 안 돼 산산조각 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회 논의도 탄력을 받기가 쉽지 않다. 경영계의 ‘우군’인 야당은 탄력근로제의 운용기간을 1년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력근로제 운용기간을 가급적 최소한으로 넓히고 임금보전 방안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여당과는 입장차가 크다. 양대 노총의 압박과 경영계의 반발 사이에 낀 여권으로선 선택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 강경파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린 지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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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은 당분간 내분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대화의 판 자체를 엎으려는 강경파의 전략에 민노총 지도부가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28일 민노총 대의원대회에선 강경파들이 제시한 전면 불참안, 조건부 불참안과 온건파들이 제시한 조건부 참여안이 모두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지도부가 당초 제시한 경사노위 참여 원안은 적법성 논란에 휘말려 표결에 부치지도 못했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도, 참여하지 않는 것도 모두 반대한 희한한 상황에 빠진 것은 강경파든 온건파든 특정 세력이 민노총 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경파는 이런 역학관계를 역이용해 모든 안건을 부결시키는 방식으로 지도부를 무력화했다. 강경파들은 지난해 10월 임시 대의원대회 때 ‘보이콧’ 전략으로 안건 상정을 막은 바 있다. 보이콧 전략과 조직력을 적절히 활용하며 사회적 대화 참여를 원천 봉쇄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직선으로 뽑힌 김명환 위원장 등 지도부의 무기력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결정권한을 지도부에 상당 부분 위임하는 한국노총과 달리 민노총은 주요 사안을 결정하려면 반드시 대의원대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민노총 지도부는 대의원대회를 진행할 뿐 실질적 권한이 거의 없는 셈이다. 20년 만에 재개될 것으로 기대된 사회적 대화가 민노총의 거부로 무산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사회 정책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유성열 ryu@donga.com·박은서 기자
#판 엎은 민노총#‘사회적 대타협’ 물거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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