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도전하는 박항서, “베트남이여, 야망을 품어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7일 14시 00분


코멘트
박항서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박항서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베트남 축구의 2019시즌 첫 여정도 찬란했다.

박항서(60)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 중인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 올랐다. 비록 베트남 전사들의 당당한 걸음은 4강을 목전에 두고 일본에 0-1로 허물어졌지만 충분히 값진 결실이었다.

이는 역대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이 거둔 최고 성과다. 2007년 대회에서도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와 공동개최한 대회였고, 토너먼트도 8강부터 시행돼 실질적으로는 UAE 대회가 가장 좋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적지에서 그것도 토너먼트 첫판인 16강을 통과했으니 베트남 축구계가 잔뜩 고무된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베트남은 지구촌 축구역사에 연일 새로운 이정표를 새기고 있다.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A대표팀은 출전하는 대회마다 폭풍 질주를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중국에서 개최된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4강에 올랐고,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명명된 스즈키컵에서 정상에 섰다. 베트남 언론들은 물론,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라이벌 국가들도 베트남이 새긴 깊은 족적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더욱 큰 꿈을 꾼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도전자는 무서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너무도 갑자기 찾아온 스포트라이트와 관심이 두렵긴 하나 베트남 축구의 무궁무진한 가능성만큼은 숨기지 않았다.

어떤 대회에 출전하더라도 오히려 쫓기는 쪽은 베트남과 상대할 팀이라는 것이다. 잃을 게 없기에 베트남은 부담 없이 뛸 수 있다. 간혹 지나치게 눈높이가 높아진 일부 현지매체들의 비난은 피할 길이 없으나 이는 전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2017년 말 베트남축구협회와 2020년 1월까지 계약하면서 박 감독은 가슴 속에 한 가지를 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먼저 계약을 파기하지 말자. 그리고 역대 A대표팀 사령탑 평균 재임기간인 8개월은 넘어보자”고 동반자 이영진 수석코치와 약속했다. 여기에 팀 목표까지 정했다. “최대한 높은 데까지 올라서자!”

박 감독의 다음 시선은 2020도쿄올림픽과 2022카타르월드컵이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해 탄생시킨 황금세대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연령별 대표팀 역시 가까운 선배들이 일군 소중하고 위대한 역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

사회주의라는 국가적인 한계로 인해 제한 받는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되고, 국제 경험을 쌓으면 훨씬 높이 비상할 수 있다는 것이 유력 아시아 축구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박 감독 역시 틈날 때마다 제도개선과 함께 ‘큰 목표’를 가져달라고 현지 축구계 인사들에게 강조했다. “스즈키컵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우린 끊임없이 꿈을 꿔야 한다. 더욱 높은 곳을 향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은 그럴 힘이 있고 자격이 있다.“

박 감독은 쉴 틈이 없다. 당장 3월 태국~인도네시아~브루나이와 내년 1월 태국에서 개최될 AFC U-23 챔피언십 1차 예선을 준비해야 한다. 도쿄올림픽 여정의 첫 걸음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우승국 한국과 안방에서 친선경기를 펼친다. 올해 하반기부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시작된다.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앞을 내다보는 베트남 박항서호는 어디까지 향할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