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의 연금’이지 ‘정부의 연금’이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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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열릴 예정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해 주주권 행사에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큰 관심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사가 삼성전자 현대차 등 293개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라고 23일 발언한 이후 열리는 첫 위원회이기 때문이다.

23일 열렸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는 대한항공에 대해 찬성 2명 반대 7명, 한진칼에 대해 찬성 4명 반대 5명으로 주주권 행사에 대한 반대의견이 더 많았다. 이 의견을 전달받아 기금운용위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코드연금’이나 정부 정책 달성 수단인 ‘정부연금’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부터 독립성과 전문성을 철저하게 갖춰야 한다.

그런데 현재 기금운용위가 독립성을 충분히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위원회 구성을 보면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등 5개 부처 차관이 당연직이고 민간 외부위원으로 사용자단체, 노조 대표 각각 3명, 지역가입자 대표 6명, 국책연구원 2명 등 총 20명이다. 이 가운데 정부 측 인사들은 청와대 의중을 따를 것이 거의 확실하고, 국책연구원도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문 대통령의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화 발언이 국민 노후복지나 연금 수익성 제고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공정경제를 위한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를 따지는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선진국에도 도입돼 있지만 국민의 노후자금이 정치적 의도로 남용되거나 대기업 정책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 어제 한국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해당하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한 공개강연에서 CPPIB가 12%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올리는 비결이 정치권으로부터의 철저한 독립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싸움의 대상이 됐다”고 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 운영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국민연금#스튜어드십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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