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한자리에… ‘인천의 노포’를 만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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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 특별전… 인천도시역사관서 내달까지 개최
1945년 문 연 해장국집 ‘평양옥’… 팔순 넘은 명장의 의류점 등 소개

‘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 특별기획전에 소개된 도성 양복점의 김진성 대표. 김대표가 자신이 만든 양복을 만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 양복 원단이 놓인 진열장 위로 자격증과 각종 상패가 보인다. 인천도시역사관 제공
‘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 특별기획전에 소개된 도성 양복점의 김진성 대표. 김대표가 자신이 만든 양복을 만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 양복 원단이 놓인 진열장 위로 자격증과 각종 상패가 보인다. 인천도시역사관 제공

인천도시역사관에 가면 50년 이상 업종을 바꾸지 않은 오래된 가게와 기억 속에 아련히 남은 옛 점포를 만날 수 있다. 역사관이 다음 달까지 여는 ‘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老鋪)’ 특별기획전에서다. 대를 이어 운영하는 점포인 노포가 암시하듯 기획전에는 오랜 세월을 버티다 이제는 자리에 없는 점포와 여전히 손님을 맞이하는 가게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먼저 1960, 70년대 인천을 대표하다 사라진 가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제강점기 쌀과 제수용품을 팔아 문전성시를 이뤘던 조흥상회, 1963년 인천 최대 번화가에 문을 연 사진관 허바허바사장이 등장한다. 1970년대까지 직장인에게 인기를 끌던 독일식 호프집 ‘마음과 마음’이 향수를 자극한다. 번창하던 때의 사진과 함께 가게에서 쓰던 됫박, 주판, 주름상자가 달린 안소니 사진기, 자기로 된 500cc 맥주잔 등이 실물 그대로 전시된다.

이들을 지나치면 50년 넘게 가업을 이어가는 노포 16곳이 나타난다. 음식점이 첫 번째로 관람객을 맞는다.

1945년 문을 연 해장국집 평양옥(중구 신흥동3가)은 창업주 부인의 조리사 면허증을 자랑스럽게 내보인다. 1968년 1월 경기도지사 명의로 발급돼 색은 바랬지만 긴 세월 맛을 지켜온 역사를 대변한다. ‘돈을 벌 요량이면 장사하지 말라’며 자녀들에게 한결같은 맛을 지키라고 당부한 창업주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1946년부터 한자리에서 3대째 운영하는 삼강설렁탕(중구 경동)은 따끈한 설렁탕 국물의 온기가 느껴지는 뚝배기를 진열해 놓았다. 이 뚝배기에 담긴 담백하고 뜨끈한 설렁탕은 경인전철 동인천역 인근 배다리 청과물시장 상인과 일꾼들의 허기를 달래줬다. 한 끼 식사를 넘어 피로해소제였다. 냉면으로 유명한 경인면옥, 신신옥, 대전집도 보인다.

식(食)을 마쳤으면 다음은 옷이다. 도성양복점(중구 용동)이 돋보인다. 전신인 ‘도성라사’ 시절 쓰던 주문서와 가위, 돋보기, 줄자가 연륜을 드러낸다. 팔순을 넘기고도 양복을 짓는 김진성 대표(82)는 1972년 전국기술경진대회 남성복 부문 대상을 받은 양복 명장(名匠)이다. 구슬 달린 수제화로 유명했던 의흥덕양화점과 양복점 신라라사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다.

의식(衣食) 뒤에는 취미다. 이홍복자전거(중구 답동)가 기다린다. 1958년 도쿄 아시아경기대회 사이클 2관왕에 오른 이홍복 사장이 선수 시절 독일과 일본에서 익힌 자전거 정비 기술을 바탕으로 가게를 운영해온 사연이 소개된다. 아쉽게도 인터넷 쇼핑에 밀려 자전거 판매보다는 선수용 자전거 정비와 수리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에 입지가 좁아졌지만 그래도 필름카메라 사진을 인화하는 성신카메라, 미용실에 밀리고 있지만 대를 잇는 문학이용원, 전통 방식으로 떡방아를 찧는 성광방앗간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 여행의 기회를 제공한다.

가게들을 보며 회상에 젖거나, 아니면 뉴트로(새로운 복고)의 기운을 느끼고 나면 이들 노포와 주인장을 찍은 사진전 ‘인천 노포, 사는 곳을 담다’ 관람은 덤이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조오다 사진작가(56)의 작품이다.

배성수 인천도시역사관장은 “격변의 시대를 거치며 묵묵히 가업을 이어온 주인장들의 치열한 삶을 통해 인천의 생활사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 휴관. 무료.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도시역사관#오래된 가게#인천 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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