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줄거리를 내 맘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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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까talk]넷플릭스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1980년대 비디오게임 제작자 스테판(핀 화이트헤드)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말을 감상할 수 있다. 넷플릭스 제공
1980년대 비디오게임 제작자 스테판(핀 화이트헤드)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말을 감상할 수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관객 참여형 인터랙티브 콘텐츠 ‘블랙미러: 밴더스내치’가 최근 공개돼 화제다. 1984년이 배경인 ‘밴더스내치’는 주인공인 프로그래머가 동명 소설을 토대로 비디오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은 정해진 시간 내에 비디오게임을 만들어 납품해야 하지만 여러 장애물을 만나고,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말을 맞는다.

영국 가디언은 “미래형 드라마가 등장했다”며 별점 4개를 줬고, 넷플릭스는 “스토리까지 마음대로 결정하도록 시청 선택권을 넓혔다”고 주장한다. 정말 이야기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지 따져봤다.

● 내용보다 매력적인 형식

‘밴더스내치’는 선택 방법을 알려주는 화면으로 시작된다. 영상 아래쪽 자막이 양쪽에 등장하고, 사용자는 두 선택지 중 하나를 10초 내에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아침 식사를 위해 테이블에 앉으면 시리얼 ‘슈거 퍼프’와 ‘프로스티’ 가운데 선택하는 화면이 등장한다. 이 선택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초반에 나오는 시리얼 선택이나 버스에서 음악을 선택하는 장면은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선택에 따라 주인공의 행동이 바뀌는 재미가 몰입감을 높인다. 만약 게임기와 연결해 콘텐츠를 감상한다면 컨트롤러에서 진동까지 전해진다. 극 중 주인공은 점점 누군가가 자신을 조종한다는 의심에 휩싸이고 “대체 누가 나를 조종하는 거야!”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직접 시청한 김유빈 씨(29·여)는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의 대표작인 ‘프린세스메이커’를 하는 기분으로 결말까지 봤다”며 “형식이 신선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 스토리 결정이라기엔 제한된 선택권

아쉽게도 선택의 재미는 오래가지 않는다. 정해진 선택을 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게임회사인 ‘터커소프트’로부터 사무실에서 일하라는 제안을 받는데, 제안을 받아들이면 다른 프로그래머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말하고 이야기는 초반으로 돌아간다. 선택권이 주어져 있지만, 이야기가 짜인 대로 선택하지 않으면 다음 내용을 볼 수 없는 셈이다. 박상용 씨(30)는 “처음 보는 스타일이라 신선했지만,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길 3번 반복한 뒤엔 그냥 꺼버렸다”고 했다.

물론 결말이 하나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제작진 공식 발표에 따르면 5가지 결말이 있다. 선택에 따라 러닝타임은 5시간까지 길어질 수 있다. 이 모든 게 할리우드의 영화 촬영이라는 ‘허망한’ 마무리도 있다. 게다가 내용의 재미를 떠나서 선택권 자체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중간중간 긴장감이 끊기는 한계도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밴더스내치’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가 영화나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는 현상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도 tvN ‘알함브라의 궁전’이나 영화 ‘PMC: 더 벙커’ 등의 콘텐츠는 체험과 몰입을 강조한 게임의 형태를 차용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아직 ‘대세 콘텐츠’로 보기는 어렵고, 일종의 테스트 성격이 강한 작품이 많다고 본다”며 “이번 작품에 대한 시청자 반응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 kimmin@donga.com·신규진 기자
#넷플릭스#블랙미러: 밴더스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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