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원 교수, 환자 흉기 피살 …의료계 “예고된 비극”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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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일 0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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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확산하고 있는 故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 원작자=문준 늘봄재활병원 원장
온라인서 확산하고 있는 故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 원작자=문준 늘봄재활병원 원장
진료 도중 정신질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교수(47)를 향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임세원 교수는 생전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에 헌신해 온 전문가다. 의료계에 따르면, 임 교수는 20여 년간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를 돌보며 100여 편의 관련 학술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해 왔다.

지난 2011년에는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개발했다. ‘보고 듣고 말하기’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자살 예방 자원봉사자의 정식 교재로 쓰고 있다. 또한 지난 2016년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펴내기도 했다.

의료계는 임 교수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성명을 내고 “정신건강의학적 치료의 최전선에 있던 전문가가 환자의 잔혹한 폭력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점에서 진료현장의 의사들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도 큰 충격”이라며 “예기치 못한 불행으로 유명을 달리 한 회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심심한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은 예고된 비극”이라며 “응급실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내 어디에서든 의료진을 향한 강력범죄가 일어날 수 있으며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처가 여전히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고인은 본인에게는 한없이 엄격하면서 질환으로 고통 받는 많은 이들을 돌보고 치료하고 그들의 회복을 함께 기뻐했던 훌륭한 의사이자 치유자였다.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을 위해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우리 사회의 리더”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추모 물결이 일었다. h9***은 “환자의 마음을 치유해주시는 분을 너무 억울하게 잃은 것 같아 정말 안타깝고 허망하다. 임세원 교수님의 가족 분들은 오죽할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am***은 “임세원 교수님은 장인어른 돌아가시고 우울증 겪던 우리 집사람의 주치의셨다”며 “우리 집사람에게 ‘당신은 이상한 게 아니라, 그저 조금 아플 뿐”이라고 위로해주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인 박모 씨(30)에 대해 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박 씨는 전날 오후 5시 45분경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임 교수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병원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박 씨는 진료실에 들어간 지 1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미리 준비한 흉기를 임 교수에게 휘두르고, 임 교수가 진료실 밖으로 피해 뛰쳐나오자 계속 뒤쫓아가 다시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피의자는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로 범행 동기에 대한 진술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돼 조사를 잠시 중단한 상태”라며 “계획범죄 여부를 밝히기 위해 범행 당시 장면이 담긴 CCTV와 목격자 진술, 혈흔 등을 확인 중이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박 씨가 범행에 쓰인 흉기를 미리 준비해 진료실 안으로 들어간 점 등으로 미뤄 계획적인 살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씨는 범행 당시 날 길이 33cm의 칼을 갖고 있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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