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는 슬그머니… ‘올빼미 공시’ 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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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해지-투자연기 등 불리한 정보, 연말연시 증시 휴장 기간에 쏟아내
투자자 주가하락 등 손실 우려

지난해 12월 31일 클라우드 기술 전문기업 퓨전데이타는 필리핀 업체와의 사물인터넷(IoT) 원격 수도검침시스템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336억 원으로 이 회사의 지난해 1∼9월 매출액 116억 원의 약 3배에 이른다. 퓨전데이타는 “상대방이 물품 발주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 해지를 통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말연시 휴장 기간 동안 기업에 불리한 내용의 공시가 이번에도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이런 공시의 상당수는 자사의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일부러 투자자의 관심이 적은 시기를 노리는 ‘올빼미 공시’로 풀이된다.

신규 투자나 자금 조달 계획을 미룬다는 내용의 공시도 많았다. 녹십자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예정됐던 국가 BCG(균으로 만든 결핵 백신) 생산시설 구축과 생산 일정을 내년 말까지 2년 늦춘다고 공시했다.

올빼미 공시의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장이 열린 뒤 주가 급락으로 손실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남북한 경제협력을 담당하는 자회사 현대아산이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아산은 대북사업 중단 이후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어 현대엘리베이터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연말에 올빼미 공시가 반복되는 것은 기업이 발표를 미루다 연말 투자자들의 관심이 느슨해진 틈을 타 악재 공시를 털어버리는 관행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이렇다 할 제재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명백한 지연 공시에 대해서는 제재금을 부과하고, 벌점 15점을 넘기면 상장폐지 대상에 올린다. 하지만 악의적으로 시간을 조정했는지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빼미 공시’ 기승#연말연시 증시 휴장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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