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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이후 전체고용 줄고 용역-도급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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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이후 전체고용 줄고 용역-도급 늘어”

김준일 기자 , 송충현 기자 입력 2018-11-20 03:00수정 2018-1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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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기업고용 영향 분석

현대자동차는 2012년부터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총 6700명의 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바꾼 데 이어 2021년까지 2800명을 추가로 정규직화할 예정이다. 이런 정규직 전환이 없었다면 현대차는 2012년 이후 1만 명 이상의 고졸 신입을 뽑을 수 있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고용시장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혜택을 보지만 미취업 청년들의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질 수 있다.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전체 고용이 줄고 노조가 있는 기업의 정규직화 실적이 부진한 편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안고 있는 한계를 시사하는 것이다. 경제계는 노조가 기득권을 양보하도록 유도하면서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지 않고는 전체 고용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본다.

○ 해고 부르는 비정규직 규제

KDI 분석 결과 비정규직 비율이 평균보다 10%포인트 높은 기업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정규직이 11.5% 늘었지만 비정규직은 33.9% 줄었다. 일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비정규직이 대폭 줄면서 전체 고용 규모가 감소했다. ‘2년 후 정규직 전환 조항’이 ‘2년 후 해고 조항’으로 변질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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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용역이나 하도급 직원처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비중은 유노조 기업에서 16.4% 증가했다. 무노조 기업의 용역, 하도급 직원 비중이 6.9% 늘어난 것에 비해 유노조 기업에서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자리가 대거 늘어난 셈이다.

무엇보다 노조가 있는 기업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정규직이 8.2% 늘어났지만 노조가 없는 기업은 정규직이 12.6% 늘었다. 노조가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기존 정규직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데 그치면서 정규직이 기대만큼 늘지 않는 것이다.

현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덕분에 공공부문에 이어 민간부문에서도 정규직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규직 비중이 더 줄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가 원하는 고용안정성과 기업이 원하는 노동유연성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300인 이상 대형 사업장의 비정규직 비중은 14.7%로 작년 같은 달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2013년 이후 13%대를 유지하던 비정규직 비중이 4년 만에 14%대로 뛰어오른 것이다. 전체 임금근로자로 범위를 넓혀도 비정규직 비중은 5년 새 가장 높은 33%에 이른다.

국제기구도 한국의 노동시장 경쟁력이 낮다고 본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40개국 가운데 15위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노동분야로 국한하면 한국은 48위로 곤두박질친다. 특히 노사관계 협력(124위), 정리해고 비용(114위), 고용 및 해고관행(87위) 등은 하위권이다.

○ 임금 근로시간 달리 하는 ‘유연화’가 급선무

KDI는 기업들이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을 바꾸기 어렵다고 느낄수록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KDI가 50인 이상 사업체 1000곳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경영자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이유로 ‘근로조건 변경의 어려움’을 꼽았다. 근로조건을 변경하기 어려울수록 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받을 가능성도 낮았다.

박우람 KDI 연구위원은 “임금근로자의 67%를 차지하는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유연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같은 정규직이라도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에 차등을 둘 수 있는 근로유연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혁신성장 경제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노동시장 개혁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규직의 임금·단체협상 주기를 1년에서 3년 이상으로 늘리거나 파업 시 기업의 대체근로를 허용해주는 등 노동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송충현 기자
#비정규직#고용#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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