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뚫은 황의조-정우영… ‘벤투 축구’는 강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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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우루과이에 2-1 승리
황의조, 후반 20분 페널티킥 얻어내고 손흥민 찬 공 GK가 쳐내자 벼락골
정우영, 석현준 헤딩 뒤 흐르자 결승골
수비 김영권 넘어져 동점골 줬지만 카바니 등 세계적 공격진 잘 막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정우영(오른쪽)이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33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정우영의 골을 앞세워 한국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8경기 만에 처음으로 승리를 맛봤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정우영(오른쪽)이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33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정우영의 골을 앞세워 한국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8경기 만에 처음으로 승리를 맛봤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의 열기가 2002 한일 월드컵 때로 되돌아간 듯한 경기였다. 2013년 10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 이후 5년 만에 매진(6만4170명)이 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5위 한국이 5위 우루과이를 2-1로 꺾었다. 한국은 1982년 네루컵에서 우루과이와 처음 맞붙어 2-2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1무 6패를 기록하다 이번에 처음 승리했다. 우루과이를 상대로 36년 만에 거둔 첫 승리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엔 ‘꿈★은 이어진다’는 대형 카드 섹션이 등장했고 경기는 다수의 여성을 포함한 팬들의 우레 같은 함성 속에 축제처럼 마무리됐다.

후반 20분. 한국이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손흥민이 나섰다. 손흥민이 공을 놓고 슛을 시도하려 하자 우루과이 골키퍼 페르난도 무슬레라가 다가왔다. 손흥민이 공을 놓은 위치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무슬레라는 여러 차례 손흥민의 신경을 건드리며 손흥민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려 했다. 페널티킥 직전 벌어지는 전형적인 골키퍼와 키커의 신경전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주심의 킥 사인이 떨어진 뒤에도 손흥민은 곧바로 슈팅을 날리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 이윽고 골문 왼쪽으로 슛을 날렸으나 무슬레라가 몸을 던지며 손으로 이 슛을 쳐냈다.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오려는 그 순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의 영웅 황의조가 달려들며 무슬레라가 쳐낸 공을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세계적인 수비수 디에고 고딘을 중심으로 ‘철벽수비’를 자랑하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한국이 선제골을 넣은 순간이다.

황의조는 이 직전 남태희의 패스를 받아 우루과이 골문을 돌파하다 상대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손흥민에게 양보했으나 손흥민이 실축하자 자신이 다시 해결한 것이다. 황의조는 2015년 10월 자메이카와의 친선전에서 골맛을 본 후 A매치에서 3년 만에 골을 넣은 뒤 박수 속에 석현준과 교체됐다.

우루과이는 루이스 수아레스가 빠졌다고는 하나 에딘손 카바니를 비롯해 2018 러시아 월드컵 프랑스와의 8강전에 선발 출전한 9명이 그대로 뛴 정예팀이었다. 한국은 후반 27분 김영권이 측면에서 수비 도중 넘어지며 우루과이의 측면 돌파를 허용한 뒤 동점골을 내줬다. 그러나 후반 33분 손흥민이 찬 코너킥을 석현준이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다시 기회를 잡았다. 이 헤딩슛을 상대 수비수가 걷어내려다 공이 한국의 정우영 앞으로 향했고 정우영은 빠르게 구석으로 차 넣어 2-1 승리를 연출했다.

월드컵에서 두 번 한국에 패배를 안기며 ‘한국 잡는 적장’으로 맹위를 떨친 오스카르 타바레스 우루과이 감독(71)은 과거 사제의 인연을 맺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일격을 당했다. 레알 오비에도(스페인) 사령탑 시절(1997∼1998년) 벤투 감독은 선수로 뛰었다.

결국, 하루 전 “결과와 경기력,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한 벤투 감독의 공언은 현실이 됐다. 벤투호는 수비에 치중하지 않고 경기를 주도하며 우루과이를 몰아세웠다. 오히려 우루과이가 자기 진영 깊숙이 진을 치고 기다리는 밀집 수비를 펼쳤다. 한국은 하프라인 너머까지 전진해 압박 수비를 펼쳤고, 긴 패스와 개인 돌파보단 짧고 간결한 패스로 골 루트를 찾아갔다. 벤투 감독 부임 후 한국은 빠른 볼 터치와 전진 패스에서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우루과이의 카바니는 한국의 수비에 막혀 좀처럼 빛을 내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2승 1무를 기록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국가대표 평가전#우루과이#황의조#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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