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희철]우리 현실에 맞는 공공의료 정책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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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한국의학교육협의회 회장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협의회 회장
서남의대 폐교 후 정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국립공공의료대학원(공공의전원)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이를 포함한 공공보건의료 종합 발전 대책을 전격적으로 발표하였다. 환영할 일이지만, 의료계와 소통 없이 정치적 결정을 통하여 성급하게 진행된 점이 매우 안타깝다. 공공의전원이 양질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 건물의 신축, 부속병원의 설립과 대학교수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2025년까지 대학 설립과 운영 그리고 학생 지원에 1744억 원, 대학병원 설립에 1372억 원 등 총 3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이런 예산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기존 의과대학에 공공의료에 대한 교육과정을 강화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의사는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통하여 환자에 대한 사랑과 의사라는 직업의 공공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기본소양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공의료기관 근무 의사가 부족했던 현실은 저수가의 의료보험체제에서 모든 대학병원들이 생존을 위한 경쟁적 진료에 매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공의료기관조차도 수익성을 배제하고 공공성만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공공의료인의 자부심과 보람이 식었다. 따라서 정부가 공공의전원을 신설하여 극히 일부 의료인에게만 공공의료를 의지하기보다는 전국에서 양성되는 3000여 명의 의사 모두에게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정책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방안이 될 것이다.

예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의 진료 환경 및 근무 여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공공의료기관의 진료환경 및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에 집중하여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를 막고 공공의료의 현장에서 의료인들이 보람을 느끼며 근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급증하는 의대 정년퇴임 교수들을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게 한다면 안정적으로 근무할 의사들을 즉시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공공의료기관의 진료수준도 향상될 것이다.

한국의 의료 현실에서는 실질적으로 공공의료를 담당해 왔던 민간의료기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공의료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신설에 대해서는 서남의대 사태에서 경험하였듯이 매우 신중해야 하며 정치적인 이유로 결정하여서는 안 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정부가 공공의료 종합대책에 대하여 국민 건강 수호의 긴밀한 파트너인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재검토할 수 있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협의회 회장
#공공의료#공공의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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