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만학 즐기며 시정 참여 기쁨 두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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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개관 서울자유시민대학 인기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자유시민대학에서 열린 인문학 강좌 모습. 시민 20여 명이 시(詩)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자유시민대학에서 열린 인문학 강좌 모습. 시민 20여 명이 시(詩)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이번에도 또 안 됐네….”

10년 전 평생 다니던 공공기관을 퇴직한 김일남 씨(70)는 무력감을 느꼈다. 해방감을 느끼며 여유 있게 보낸 지 서너 해, 아직 그저 집에서 쉬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문조사 아르바이트 등 봉사활동부터 일자리를 여러 차례 알아봤지만 기회가 돌아오는 일은 드물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이가 발목을 잡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나이를 바꿀 수 없다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 씨는 4월 본격 개관을 알린 서울자유시민대학 기사를 읽고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석 달간 ‘시민과 함께하는 조선시대 속 서울이야기’ 등 상반기 수업을 들은 김 씨는 얼마 전 가을학기도 수강을 시작했다.

“나이나 수강료 걱정 없이 새로 무엇인가를 배우며 내가 ‘나아진다’는 느낌이 새로운 자극이 되더라고요.”

인문학, 사회경제학, 서울학, 미래학 등 7개 학과 중 김 씨가 가장 관심 있게 듣는 건 서울학에 관련된 수업들이다. 특히 김 씨의 기억에 남는 것은 직접 서울시 공무원들로부터 현재 이뤄지는 서울시의 중요한 시정을 듣고 공부하는 ‘시정학교’다. 김 씨를 비롯해 수업을 듣는 시민들이 궁금한 점이 있으면 공무원들에게 질문을 하거나 토론이 이어졌다. 경찰과 협조해야 할 일이지만 노년층의 걸음 속도를 계산해 횡단보도 녹색 신호등 점등 시간을 늘려 달라는 내용, 미세먼지에 대해 시민들이 느끼던 불편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시에서 중장년층 이상 시민들에게 인생 2막을 준비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 중인 ‘서울시 50플러스 센터’에서 실질적 일자리 연계를 강화해 달라는 건의가 나오기도 했다.

김 씨는 “궁금증이 해소될 때도 있고 어떤 지적은 공무원들이 직접 ‘반영하겠다’며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까지 서울에 살기만 했는데 정말 ‘서울 시민’이 된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정을 공부하며 정책 집행의 핵심인 예산을 이해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김 씨는 10월에 열리는 ‘서울시 예산학교’ 수강도 신청했다. 하반기 예산학교 수업을 들은 후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2019년도 시민참여예산에도 기회가 되면 참여하고자 한다. 김 씨는 “공부를 하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겨 주 5일 학교를 나가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서울자유시민대학은 9월부터 하반기 강좌 226개를 서울 시내 총 34개 학습장에서 순차적으로 개강한다. 인문학, 서울학, 문화예술학, 사회경제학, 미래학 등 총 7개 학과를 중심으로 상반기에 만족도가 높았던 강좌를 연계·심화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강좌별 수강 인원은 25∼100명으로 모집은 8월에 시작했으나 아직 개강하지 않거나 정원이 마감되지 않은 과목은 바로 신청할 수 있다. 수강신청은 서울시평생학습포털에서 가능하다. 비용은 학점은행제 과정 외에 모든 강좌가 무료다. 기타 세부 사항은 서울시평생학습포털 또는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홈페이지,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백호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서울자유시민대학의 수업은 자원봉사나 시정 참여, 크게는 사회참여까지 다양한 일상에서 시민 활동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며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활기찬 삶을 이끌어갈 수 있는 하반기 평생교육 강좌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새로운 기회를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자유시민대학 인기#시정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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