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도심 아수라장 만든 극우 가짜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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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희롱하던 난민 막자 피살” 정보 조작해 난민에 대한 분노 유발
극우단체 몰려나와 화염병 시위… 나치 선전선동 악몽 떠올라 獨 충격

“용감한 독일인이 독일 여성을 성희롱하려 한 난민을 막으려다가 살해당했다.”

26일 새벽 독일 동부 작센주 도시 켐니츠에서 다니엘 H(35)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20대 시리아 남성과 이라크 남성이 체포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이런 내용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2016년 1월 쾰른에서 일어난 난민들의 집단 성범죄 이후 예민해져 있던 독일인들의 불안증에 기름을 부었다.

27일 저녁 켐니츠 도심에서는 극우단체 회원 6000여 명이 뛰쳐나와 맞불 시위에 나선 좌파단체와 충돌했다. 경찰 병력이 현장에 배치됐으나 양측 시위대가 돌과 화염병을 서로 던져 경찰 2명, 극우단체 회원 9명, 반대 단체 회원 9명 등 20명이 다쳤다. 극우단체는 전날에도 반난민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SNS에 퍼진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26일 발생한 살인사건은 지역 축제에 참가했던 남성들 간에 서로 시비가 붙으면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이지 여성에 대한 성희롱으로 촉발되진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미하엘 크레치머 작센주 총리는 “지금 그들의 분노는 인종차별주의 발언, 가짜 정보, 음모 이론에 기반한 것들로 한마디로 모두 가짜 뉴스”라고 비판했다.

“알려지지 않은 두 번째 희생자가 있다” “이민자들은 독일 남성을 25번이나 칼로 찌르며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글들이 SNS에 퍼졌지만 이 역시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살해된 다니엘 H는 평소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나치 추종 집단을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라며 비판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극우단체 집회에서 최소 10차례 이상 오른쪽 팔을 펴서 인사하는 나치 히틀러식 인사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독일은 나치 체제하에서 사용됐던 상징물, 이미지, 슬로건, 유니폼, 노래와 인사법 모두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극단적인 분열을 보여 준 이번 사건으로 독일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8일 기자들에게 “우리는 거리에서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고, 무분별한 집회를 하고, 혐오 발언을 녹화한 영상을 갖고 있다. 이는 헌법 국가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슈피겔 온라인은 “독일의 한가운데서 극우주의 폭도들이 일어나고 당국은 손을 못 쓰는 장면은 (나치에게 무너진) 바이마르 공화국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마르쿠스 프론마이어 AfD 의원은 “국가가 더 이상 시민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사람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거리로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집회를 옹호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독일 가짜뉴스#극우단체#sns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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