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민동용]외국인 노동자 100만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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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이사를 하려고 이삿짐센터 몇 곳에 견적을 내달라고 했다. 한 업체가 다른 데보다 20만 원가량 더 책정했기에 이유를 물었다. 50대 업체 대표는 “저희는 일하는 사람이 다 한국인이어서 말이 잘 통한다. 짐을 옮기다 실수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 육체노동 잘 안 하잖아요”라고 했다.

▷1990년대 초반 한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3D’와 ‘3K’라는 말이 유행했다. 3D는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을, 3K는 일본어로 위험(기켄)하고 고되고(기쓰이) 불결한(기타나이) 일을 말했다. 한국과 일본 청년들이 3D·3K 직종을 기피하자 대안은 외국인 노동자였다. 1990년 12월 28일자 동아일보 기사 제목은 이랬다. ‘외국 막일꾼 떼 지어 온다.’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해지고 불법 외국인 노동자가 늘자 정부는 1994년 6월 인력시장을 공식 개방해 네팔인 산업기술연수생 30명이 처음 입국했다.

▷24년이 지난 현재 취업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100만 명을 넘었다. 불법 체류자로 추산되는 30여만 명을 더하면 약 130만 명이 대부분 몸을 쓰는 전국 일터에서 일한다.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 중국어로 된 작업자 안전수칙 안내판이 세워진 지 오래고, 한국인들은 건설현장 주변에서 ‘불법 외국인 추방’을 외치며 시위를 벌인다. 서울의 모텔 청소원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식당 주방일이나 요양원 간병인은 중국동포, 지방 영세 공장에는 베트남 출신이 많다. 선원 6만 명 가운데 외국인이 2만5000명이나 된다. 충북 파프리카농장에서 제주 광어양식장까지 이들이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 급증은 한국과 일본이 마찬가지인데 양상은 과거와 아주 다르다. 아베노믹스 호황으로 구인난에 허덕이는 일본은 그동안 장기 체류를 허용하지 않던 단순노무직 문호마저 외국인 노동자에게 열었다. 반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임시직·일용직 일자리가 급감한 한국인 50, 60대는 인력시장에서도 중국인 20, 30대에게 밀려난다.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양국이 많이 다를 것이다.

민동용 논설위원 mindy@donga.com


#외국인 노동자#3d 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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