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 “한류 앞세워 亞시장 주도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8일 2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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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다음 수순은 글로벌이죠. 카카오가 선보이는 영상, 음악 등 한류 콘텐츠가 아시아를 하나로 엮을 겁니다.”

카카오 박성훈 최고전략책임자 겸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44)는 이달 27일 서울 강남구 로엔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글로벌 시장에서 카카오의 콘텐츠 생태계를 꾸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와 사업부 분사 및 투자 유치 등을 진두지휘하며 국내 수익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해왔다. 국내에서는 수익화 기반이 다져졌다는 판단에 따라 글로벌 진출을 내년 화두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최근 글로벌 인수합병(M&A) 자금 마련을 위해 최대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 규모 해외 자금 유치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내년 2월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모바일을 바탕으로 한 음악과 동영상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회사를 인수합병하고, 인공지능(AI) 기업에 투자해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단순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진출하는 것이라면 한계가 뚜렷하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콘텐츠 유통 시장에 카카오가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도 있고요.”

그는 미국 대중문화를 예로 들며 콘텐츠 진출뿐 아니라 관련 산업이 함께 진출해야 한국 산업 생태계가 발전하고, 아시아 콘텐츠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엔터테이너들이 자국의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미국 시장에 선보였으나, 결국 돈을 번 것은 미국 업체들이었다는 설명이다. 유통 플랫폼을 쥐고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는 발언이다. 그는 “한류 콘텐츠도 글로벌 유통 시장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건전한 생태계 구축에도 실패한 채 단순 공급자 역할에 머물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박 대표가 콘텐츠 유통 채널에 관심을 갖는 것은 카카오가 겪은 뼈아픈 교훈과도 관련이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앞세워 2010년대 초반 모바일 게임시장 형성기에 큰 영향력을 떨쳤다. 그러나 게임업계가 자체 개발과 직접 유통전략을 내세우자 카카오의 수익 기반이 급격하게 약화됐다. 그는 “콘텐츠 유통과 자체 개발 역량을 모두 가지고 있을 때에만 사업 시너지가 난다는 점을 당시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를 딛고 최근 성공사례를 다시 쓰고 있다. 유통 뿐만 아니라 개발과 퍼블리싱 등을 담당하면서 성장한 것. PC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배틀그라운드와 검은사막 등을 외부 개발사 게임을 퍼블리싱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카카오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최근 일본에서 픽코마라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카카오의 웹툰, 웹소설 등 웹콘텐츠 역시 카카오의 다양한 노하우가 결합해 글로벌 공략에 성공했다. ‘기다리면 무료’로 대표되는 독특한 사업모델(BM)을 앞세워 유통 플랫폼 역할 외에도 콘텐츠 제공업자들과 퍼블리싱 계약 등을 맺고 콘텐츠 생태계를 탄탄하게 가꾼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글로벌 전략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 바로 박 대표다.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와 CJ그룹 미래전략실장 등을 거친 그는 2015년에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카카오의 최대 현안은 수익화였다. 카카오톡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90%가 사용하는 플랫폼인데도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미션도 수익화 모델을 짜는 것이었다.

카카오에 합류한 그는 안정적인 정기결제 모델 구축, 신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제안해 성사시켰고 카카오택시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사업과 게임 사업, 웹콘텐츠 사업을 각각 독립시켜 투자 유치 성과를 거뒀다. 2015년 10월 카카오뱅크 인가 신청을 발빠르게 진행하면서 사업의 외연도 넓혔다. 박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각 영역 파트로 담당하는 개별 기업가들이 지원하는 독특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기업가 집단으로 구성된 플랫폼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카카오는 구글의 검색, 스포티파이의 음원 콘텐츠, 우버의 모빌리티 사업을 모두 합친 서비스를 하는 회사”라며 “모바일 시장의 유력한 서비스 사업을 전부 가진 독보적인 서비스 플랫폼으로 어느 쪽 시장이 떠오르든 바로 수익화가 가능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가 카카오에 영입하면서 제안했던 사업 포트폴리오가 올해로서 갖춰졌다는 판단이다.

그는 이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수익화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내년 상반기 멜론 플랫폼의 직접적인 해외 진출을 꾀하는 가운데 카카오톡 내에서 멜론을 연동하는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혼잡시간대에 콜비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화 모델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사용자 경험을 중요시하는 만큼 조금씩 상황을 보면서 수익화를 조심스럽게 진행할 것”이라고 수익화 원칙을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는 ‘모두를 위한 기회’를 주는 기업으로서 카카오 생태계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기업으로 지금과 같은 평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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