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데이터 자체보다 고객의 욕구에 눈 돌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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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 링컨은 80년 이상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링컨도 한때 벤츠와 BMW 같은 신흥 브랜드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큰 위기를 겪었다. 탁월한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해 각종 부품의 사양을 높여 봤지만 고객의 마음을 돌릴 순 없었다. 과거와 달라진 운전자들의 ‘경험’과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략 컨설턴트이자 신간 ‘센스메이킹’의 저자인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년에 걸쳐 전 세계 대도시 거주자 60명의 운전 경험을 조사했다. 심층 인터뷰와 꼼꼼한 현장 기록을 통해 사람들이 차에서 실제 어떤 경험을 하는지 분석한 결과, 마두스베르그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운전자들은 차에서 운전 자체보다 운전 외의 즐거움과 생산성을 훨씬 더 많이 기대한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순간 속도를 올리는 엔진 기술보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가죽 시트의 결을 더 중시하는 식이었다.

이 같은 통찰을 기반으로 링컨은 주행 관련 기술 개발에 몰두하기보다 고급스러운 운전 경험을 뒷받침하는 기술을 탐구하는 쪽으로 신차 구상 방식을 바꿨다. 그 결과 링컨은 고급차 타깃 고객층의 경험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많은 이가 데이터를 무조건 많이 모으고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소비자 욕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객은 굉장히 주관적이며 소비자 경험은 매우 복합적인 경로로 이뤄진다. 이는 특정 상황에 처한 고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맥락적 데이터가 피상적인 수치나 모형보다 더 유용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가령, 신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라면 매장의 월 목표 판매량에 대한 보고서보다 실제 매장 내 고객의 쇼핑 패턴을 관찰해 얻은 통찰이 더 중요한 판단 준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첨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들의 기술 의존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링컨의 사례는 기업들이 혹여 기술에만 집착한 나머지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들의 욕구를 놓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데이터 자체보다는, 데이터로부터 의미를 도출해 내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데이터#고객#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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