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횡령-배임 혐의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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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에 가족 동반 등 회삿돈 사적 이용 의혹”

금융감독원이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56·사진)의 횡령·배임 혐의를 포착해 조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 회장은 ‘국내 최초의 기업사냥꾼’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며 1990년대 금융투자업계를 주름잡았던 인물이다.

금감원은 3월 KTB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사 세 곳을 현장 검사하는 과정에서 권 회장에 대한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잡고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권 회장이 회사 출장에 가족을 동반하는 등 회삿돈을 여러 차례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권 회장은 회사 직원을 발로 폭행한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최근 공개되며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권 회장 측은 “1년 전에 있었던 일로 피해자와 합의를 마쳤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권 회장을 특정해 검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금감원은 “이미 3월부터 검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최근 폭행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평범한 세일즈맨으로 시작해 M&A와 공격적인 투자로 증권가에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1984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수출 영업을 담당하던 그는 1995년 ‘한국 M&A’를 설립해 한국에서 불모지였던 기업 M&A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기업들을 인수한 뒤 가치를 높여 되파는 방식으로 큰돈을 벌었다. 1999년에는 당시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 업체인 KTB를 인수하며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권 회장의 행보가 늘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99년 금감원은 그가 인수한 ‘미래와 사람’이 허위 사실을 공시해 주가를 조작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다음 해 검찰이 “촉망받는 벤처사업가인 점을 고려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지만 도덕성엔 이미 흠집이 갔다. 이후 증권업에 뛰어든 지 10년 만에 다시 금감원의 검사를 받게 됐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29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개정해 12월부터 금융회사들이 임원과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때 40% 이상은 3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나눠 지급하도록 했다. 금융회사 임원들이 당장 눈앞의 실적만을 낸 뒤 거액의 성과급을 챙겨 가는 경영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또 금융회사들은 성과급이 분할 지급되는 기간에 해당 업무와 관련해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반영해 성과급을 깎아야 한다.

송충현 balgun@donga.com·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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