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의 잡학사전] 인도 vs 중국 왜 두 달 동안 으르렁 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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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하고 판다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실제 동물끼리 맞붙으면 무게가 5t 정도 나가는 아시아코끼리를 판다(최대 160㎏)가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두 동물이 대표하는 인도(코끼리)하고 중국(판다)은 어떨까요? 당연히 맞붙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그런데 두 나라 군대는 요즘 두 달째 도클람이라는 곳에서 대치 중입니다. 중국에서 둥랑(洞朗)이라고 부르는 이 지역은 원래 중국과 부탄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곳입니다. 중국이 6월부터 이 지역에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하자 부탄에서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인도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인도군이 출동해 도로 건설을 막자 이번에는 중국에서 인도가 자국 영토를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국경에서 대치 중인 중국(왼쪽)과 인도 군인. 동아일보DB
국경에서 대치 중인 중국(왼쪽)과 인도 군인. 동아일보DB


그 뒤로 두 나라 군대는 돌을 던지면서 몸싸움을 벌이는 등 갈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도군이 무장 헬기를 국경 지대에 배치하자 중국에서는 인도와 맞닿은 시짱(西藏) 자치구에 ‘헬기 킬러’로 불리는 지대공 미사일 훙치(紅旗)-17을 가져다 놓기도 했습니다.



지도에서 도클람 찾아보면 이 지역이 왜 문제가 되는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탄 인도 중국이 만나는 꼭짓점 부근에 이 지역이 자리 잡고 있거든요.



지형을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글 어스’ 도움을 받으면 이 지역이 왜 영토 분쟁 불씨를 안고 있는지 더욱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정말 딱 분쟁하기 좋은 지역에 도클람이 자리잡고 있죠.



사실 지금까지 지도에 인도라고 나온 시킴 주(州)도 특이한 곳입니다. 네팔과 부탄 사이에 있는 이 주는 1975년까지는 인도 보호국이기는 했지만 엄연한 독립 왕국이었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22번째 주가 된 지금도 이 지역에 가려면 별도로 출입 허가를 받아야 하죠. 중국은 2003년까지 인도에서 시킴을 병합한 걸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인도는 또 중국이 도클람을 차지하면 흔히 ‘닭의 목(Chicken’s Neck)‘이라고 부르는 ’실리구리 회랑‘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좁은 곳이 폭 17㎞밖에 되지 않는 이 회랑은 인도 본토와 북동부에 자리 잡은 7개 주(州)를 연결하는 구실을 합니다. 만약 중국이 이곳을 차지하게 되면 인도 땅은 두 동강 나게 됩니다.

인도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영국령 인도 제국이던 시절에는 이런 회랑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회색 부분이 전부 인도였습니다.



그러다 1947년 독립 과정에서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각기 다른 나라로 독립하면서 이 회랑이 생겼습니다. 이슬람교를 믿는 파키스탄은 원래 동·서 파키스탄으로 나뉘었는데 1791년 동파키스탄은 다시 방글라데시로 독립했습니다.



과연 두 나라는 언제까지 대립할까요? 외교 문제에 정통한 이들은 다음 달 3~5일까지 중국 푸젠(福建)성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자리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나렌드리 모리 인도 총리(왼쪽)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 동아일보DB
나렌드리 모리 인도 총리(왼쪽)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 동아일보DB


제아무리 중국이라도 손님을 모셔놓고 국경에서 치고받는 건 좀 모양새가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로서도 손님으로서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겠죠.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양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합니다.

두 나라는 1962년에도 영토 문제로 전쟁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이때는 중국이 이겼죠. 그 뒤 인도는 중국이 티베트를 침략하는 걸 묵인했고, 중국은 인도가 네팔과 부탄을 ’보호‘하는 걸 묵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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