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단어는 띄어쓴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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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밖에’의 두가지 쓰임

내 안의 문법을 끌어내려면 스스로 문장을 만들며 생각하는 것이 좋다. ‘밖에’의 띄어쓰기를 배우려면 먼저 ‘밖에’가 포함되는 문장을 떠올리는 것이 좋다.

―우리 밖에 있자.


―창문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질문을 하나 더 해보자. 이 ‘밖에’의 띄어쓰기가 고민되는가? 언뜻 듣기에 이상해 보이는 질문이다. ‘밖에’를 앞말과 띄어 적는 것이 너무 당연해 보이니까. 그렇다. 위 예들에서 ‘밖에’의 띄어쓰기는 아주 쉽다.

우리말 띄어쓰기의 첫 번째 원리는 ‘단어는 띄어 적는 것’이다. ‘밖’은 어떤 선이나 면 등 공간의 외부 즉, 바깥을 의미하는 단어다. 앞말과 다른 단어이니 ‘밖’을 띄어 적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서 ‘밖’에 붙은 ‘에’는 조사다. 조사를 앞말에 붙여 적는 것은 띄어쓰기의 두 번째 원리다.

당연한 질문을 왜 하는 것일까?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하는 ‘밖에’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밖에’의 띄어쓰기는 흔히 혼동된다. 아래 문장들을 보자.

―우리 둘밖에 남지 않았다.

―돈이 천 원밖에 없다.


위 문장에서 ‘밖에’는 모두 앞말에 붙여서 적어야 한다. 똑같이 생긴 ‘밖에’가 경우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지니 혼동되기 십상이다. 이들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앞서 본 띄어쓰기의 두 가지 원리에 주목하자. 단어는 띄어 적는다 했다. 띄어 적어야 하는 ‘밖에’가 독립된 단어라는 의미다. 의미의 독립성을 확인하기 위해 반대말을 활용해 보자. ‘밖’의 반대말은 무엇인가? ‘안’이다. 독립적인 단어 ‘밖’은 언제나 독립적 단어 ‘안’이라는 단어와 의미 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 이 관계 때문에 앞서 보았던 문장들의 ‘밖’을 ‘안’이라는 단어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의미는 반대가 되지만 문장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확인해 보자.

―우리 안에 있자.(○)

―창문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조사 ‘밖에’는 그렇지 않다. ‘안에’와 바꾸면 이상한 문장이 된다.

―우리 둘안에 남지 않았다.(×)

―돈이 천 원안에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붙여 적어야 하는 ‘밖에’가 공간적 의미의 ‘안-밖’과는 다른 단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밖에’는 ‘밖’이라는 단어에서 독립한 ‘그것 말고는, 그것 이외에는’이라는 의미의 조사다. 그래서 이 ‘밖에’는 항상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조사 ‘밖에’가 항상 부정적인 단어들과 어울린다는 점이다. ‘밖에’의 띄어쓰기가 혼동된다면 ‘밖에’를 ‘안에’로 바꿀 수 있는지, 부정적 단어와 함께 놓이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밖에의 띄어쓰기#단어 띄어쓰기#맞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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