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영수증 사진 보내줬더니… 현금 빼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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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불법사금융 피해 4만8663건

“아유 고객님, 저희 보이스피싱이나 대출사기꾼 아니에요. 금융감독원 콜센터에 직접 전화해 확인해 보세요. 번호는 저희가 드릴게요.”

올 6월 A 씨에게 자신을 캐피털회사 직원이라 소개한 한 남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시 A 씨는 급하게 돈이 필요해 은행과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침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전화가 오자 A 씨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대출을 위해 ‘신용보증료’ 200만 원을 입금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A 씨가 머뭇거리자 전화를 건 남자는 “직접 금감원에 확인해 보시라”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금감원 콜센터 애플리케이션(앱)을 보내줬다. A 씨는 콜센터 직원과 통화한 뒤 안심하고 200만 원을 송금했다. 그 앱은 가짜였고 자신과 통화를 한 콜센터 직원 역시 사기범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 금감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가 접수한 불법 사금융 피해 사례를 9일 공개했다. 상반기 총 접수 건수는 4만8663건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만2201건(20.1%)이 줄었다. 그러나 법정이자율에 대한 문의 전화 등 일반 상담 건수가 같은 기간 약 1만 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실제 피해 건수는 작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신고센터에 가장 많이 접수된 피해는 대출사기(24.7%)였다. 언론 등을 통해 웬만한 대출사기 유형이 공개되다 보니 사기 방법은 더욱 교묘하고 복잡해졌다. 그중 하나가 비트코인을 이용한 대출사기다.

B 씨는 올해 초 한 금융사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B 씨에게 “대출은 가능한데 보증서를 발급하기 위해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괜히 번거롭게 은행에 가서 계좌이체할 필요 없이 근처 편의점에서 비트코인을 산 뒤 영수증만 보내주면 된다”고 안내했다.

B 씨는 사기범이 시킨 대로 200만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산 뒤 영수증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어 전송했다. 조금 미심쩍었지만 영수증을 자신이 갖고 있기 때문에 별 탈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기범은 영수증에 적혀 있는 핀번호를 이용해 웹사이트에서 현금화한 뒤 그대로 잠적해버렸다. 금감원 측은 “비트코인은 현금화가 쉬운 반면 유통 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워 새로운 금융사기 수단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금융당국의 공문을 가짜로 만들어 팩스나 이메일로 보내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대출을 유도하거나,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 뒤 채무자의 체크카드를 요구하는 등의 사례도 금감원에 접수됐다.

김상록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이 다른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거절당하다 어느 날 대출이 가능하다는 전화를 받으면 마음을 놓고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대출을 위해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전화는 100% 사기인 만큼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대출사기#비트코인#불법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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