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이론 대가’ 다이아몬드 교수 “민주주의, 2006년 기점으로 퇴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9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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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민주화 흐름은 2006년을 정점으로 퇴보와 정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것이란 낙관론이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민주주의 이론의 대가 래리 다이아몬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8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최한 특별강연에서 전 세계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최근 2, 3년간 유럽과 미국에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지도자가 선출되고, 공평하고 투명한 통치기능이 무너진 국가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강연에서 다이아몬드 교수는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조사결과를 인용했다. 자료에 따르면 현대 민주주의 발전사에는 두 개의 변곡점이 존재한다. 냉전이 끝난 직후 민주주의 발전의 신호탄이 쏘아진 1970년대 말과 완만한 퇴보를 보이기 시작한 2006년이다. 그는 “이제는 모든 학자가 민주주의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발전해나가던 민주주의가 2006년을 기점으로 퇴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직전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세계적으로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고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자녀세대가 번영의 꿈을 꿀 수 없다는 회의론이 대두됐다”며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포퓰리즘이 급부상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민주주의는 쿠데타 등과 같은 대형 사건을 통해 급격하게 쇠퇴하는 양상을 보였다면, 현대 민주주의는 느리고 완만하게 퇴보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런 흐름으로부터 반전을 꽤하기 위해선 통치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퇴조가 벌어지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법치가 약화되어 있고, 부패가 일어날 때 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능이 망가져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부터 한국사회를 뒤흔든 ‘촛불시위’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약 30%는 촛불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으며, 약 78%는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것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이아몬드 교수는 “나는 시위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국민이 정권에 불만이 있을 때마다 거리에 뛰쳐나와 탄핵을 외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매우 약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민주주의의 핵심은 ‘준용’”이라고 강조했다.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은 북한의 민주화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어떤 국가도 70년 간 전체주의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민주주의로 전환할 수는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선 체제가 붕괴되거나, 자발적 통일이 이뤄져야하는데 향후 수십 년간 통일은 불가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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