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배재대 유학생의 ‘릴레이 선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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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출신 학생 다리 수술위해 김영찬 회장 치료비 전액지원 약속
교사-유학생이 모금한 150만 원은 축구로 부상당한 베트남 학생에 전달

로크 씨(왼쪽에서 네 번째)가 치료비 150만 원을 에드나 씨(왼쪽에서 다섯 번째)를 비롯한 동료 유학생들에게서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배재대 제공
로크 씨(왼쪽에서 네 번째)가 치료비 150만 원을 에드나 씨(왼쪽에서 다섯 번째)를 비롯한 동료 유학생들에게서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배재대 제공
배재대 유학생인 아프리카 베냉 출신의 에드나 씨(25·여)는 요즘 웃음을 되찾았다. 영구장애까지 우려했던 다리가 주변의 도움으로 완전히 나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절망적이었다. 정부초청 장학생으로 유학 온 지 3개월 만에 다리에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고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탓이었다. 충남대병원은 “피부 괴사가 시작돼 자칫 다리를 못 쓸 수도 있다”며 수술을 권유했다.

문제는 1300만 원에 이르는 수술비였다. 병원이 인도적 공공의료 지원제도를 활용해 3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어교육원 교사들과 유학생들이 호주머니를 털었지만 모은 돈은 150만 원 안팎에 불과했다.

이때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났다. 에드나 씨의 소식을 전해들은 골프존 김영찬 회장이 치료비 전액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드디어 올 2월 27일 24시간을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한국어교육원 교사들과 유학생들은 휴일을 반납한 채 순번을 정해 의료진과 소통하고 밤새 간호했다.

이 같은 온정은 릴레이처럼 번졌다. 베트남 출신 정부초청 장학생 반 로크 씨(26)가 축구를 하다 다치자 교육원 측은 지난달 27일 당초 에드나 씨에게 주려던 150만 원을 로크 씨에게 전달했다. 에드나 씨는 물론이고 성금을 낸 유학생들도 “돈이 좋은 데 쓰여서 다행”이라고 흔쾌히 동의했다.

지난달 28일 골프존은 대전 유성구의 본사 조이마루에서 에드나 씨를 포함한 배재대의 정부초청 유학생 100명을 초청했다. 식사를 대접하고 스크린골프 시설을 보여줬다.

에드나 씨는 “거액의 수술비를 선뜻 지원해 주신 데다 이런 아름다운 행사까지 열어 줘 감사하다”고 아직은 서툰 한국어로 고마움을 전했다.

한국어교육원 박석준 원장은 “유학생들도 꼬리를 무는 선행을 통해 우리에게 깊은 형제애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배재대#유학생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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