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창덕]‘편의점 아래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자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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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기자
김창덕 기자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16일 부산 송도해수욕장 앞 한 건물 지하 1층에 가맹점을 냈다. 지하라지만 사실상 반지하로 해변과 곧장 연결된다. 문제는 바로 위층인 1층에 1995년부터 영업을 해온 GS25 편의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건물은 층마다 소유주가 다른데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는 지하 1층 소유주다. 여름 성수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해변 앞에 편의점을 열면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상권이 좋으니 편의점 하나가 올리던 매출을 둘이 나눠도 충분히 이익이 남을 거라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극단적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어쨌든 그는 개인 재산권을 행사했을 뿐이다.

문제는 맞장구를 쳐준 가맹본부다. 가맹점 계약을 맺을 때 세븐일레븐 본사는, 정확히 영남본부는 ‘편의점 아래 편의점’ 문제를 알고 있었다. 편의점은 본사가 비용을 대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출점을 강행했다. 상식적인 상도덕과는 분명 괴리가 있다.

안이한 결정은 한 달도 못 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세븐일레븐 측은 동아일보 기사가 보도된 4일 저녁 해당 가맹점주와 폐점 관련 논의를 했다.

가맹점주가 폐점에 동의하면 세븐일레븐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인테리어 비용 수천만 원은 허공으로 날아간다. 가맹점주가 다른 점포를 차리거나 임차인을 찾을 때까지의 기회비용 또한 가맹본부가 책임져야 할 수 있다. 만에 하나 가맹점주가 폐점을 거부하고 5년 계약 기간을 채우겠다고 한다면 상황은 더 난감해진다. 폐점을 계속 종용하면 가맹본부의 ‘갑질’과 다를 게 없다. 그냥 두자니 브랜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현재 편의점 산업과 관련한 출점 제한 규제는 없다. 지역별 유동인구 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거리 규제 등을 두는 게 불합리하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편의점 업체의 상식을 벗어난 출점 경쟁은 정부나 정치권이 규제를 만들 명분을 스스로 제공하는 꼴이 된다. 자충수를 두는 셈이다.

세븐일레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가진 브랜드다. 1989년 5월 문을 연 세븐일레븐 서울 올림픽점은 국내 1호 편의점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목격된 세븐일레븐의 모습은 이런 자부심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가깝고 편리한 행복 충전소’라는 슬로건이 무색해 보인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세븐일레븐#자충수#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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