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유종]오스트리아의 숲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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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이유종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모차르트의 도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20분만 차로 벗어나면 높다란 나무가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숲에선 벌목이 한창이다. 벌목꾼들은 가파른 산에서 체인톱을 들고 나무를 벤다. 오스트리아는 전체 산의 70% 이상이 경사도가 40도에 이르는 악산(惡山)이다. 기계를 활용한 대규모 목재 생산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6위 침엽수 목재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목재에서만 연간 40억 유로(약 4조8400억 원) 이상의 무역흑자를 거둔다.

오스트리아의 자연 조건은 한국과 매우 비슷하다. 남한보다 국토 면적이 조금 작고 절반 이상은 산악지대다. 사유림 비중은 한국보다 10% 이상 높다. 그러나 한국보다 나무를 배나 많이 심었다.

‘아돌프 히틀러의 모국(母國)’이기도 한 오스트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토가 잿더미로 변했다. 그러나 전후 미국 마셜플랜(유럽부흥계획)의 도움을 받아 제철, 금속 등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일궈냈다. 1차 산업인 임업은 고된 일이라 사람들이 기피했고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임업의 잠재력을 간파했다. 일단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생장, 벌채, 수확 등을 관리했다. 녹화를 진행해 산림 면적도 1960년과 비교해 3000km²나 늘렸다. 서울(605km²)보다 5배 정도로 넓은 면적이다. 벌채 면적을 최대 2만 m²로 제한했다. 한 곳을 벌채하면 5년을 기다려야 옆에서도 나무를 벨 수 있도록 허가했다.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만 m² 미만의 땅을 가진 산주(山主)들에게 상공회의소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고 공동 경영을 유도하면서 생산성을 높였다. 임업에도 전문성이 제고되고 벌목기계 도입 등 작업환경이 개선되자 임업은 인기 직종으로 떠올랐다.

나무의 활용 범위는 무한하다. 오스트리아는 1970년대 원자력발전소를 완공했지만 반대 여론으로 문을 닫았다. 그 대신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들여왔으나 러시아는 정치적인 이유로 종종 가스밸브를 잠그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무를 대체 에너지원으로 선택했다. 2000년부터 압축 연료인 ‘목재 펠릿’을 대량 생산해 난방 및 발전에 사용했다. 목재 펠릿은 발열량이 크고 잔해가 거의 남지 않으며 탄소 배출량은 경유의 12분의 1에 불과하다. 나무를 결에 따라 가로와 세로를 번갈아 겹쳐 철근, 콘크리트보다 튼튼한 건축 자재를 만들어 집짓기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치산녹화(治山綠化)에 성공했다. 하지만 산림자원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는 미흡했다. 국내 목재 자급률은 10%에 불과하다. 오스트리아(100%), 독일(87%), 일본(28%)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국토의 63.2%가 산림이기 때문에 임업을 조금만 키워도 막대한 일자리,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문제는 국내 산림의 67%가 사유림인데, 산주의 절반 이상은 산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등 임업 경영에 별 관심이 없다는 데 있다. 이들을 일깨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꺼져가는 한국 경제의 엔진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오스트리아처럼 산림자원의 지속적인 축적과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

이유종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pen@donga.com
#오스트리아#치산녹화#산림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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