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승객 버리고 도주한 세월호 선원의 ‘옥중 참회’ 편지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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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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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었다. 승객을 버리고 도주한 세월호 조기장 전모 씨(64)가 옥중에 있었던 2014년 10월경 광주 광산구 서정교회의 장헌권 목사(60)에게 보낸 참회의 편지가 뒤늦게 공개됐다. 그는 세월호 관계자들에게 때늦은 미안함을 절절히 표시했다.

전 씨는 편지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자신의 행동을 크게 후회한다고 했다. 그는 “청천벽력 같은 암담한 현실이 너무도 두렵고 무엇으로도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큰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사죄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처음 상태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내 목숨대(으)로 대신하고 싶습니다”라며 뒤늦게 짙은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참사 당시 자신이 죽었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부모의 심정에서 참회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전 씨는 “자식이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생때같은 어린 자식들의 처절한 절규가 내 심정을 시커멓게 오열하는 그 가족들의 원망과 눈물이 피눈물로 흘려 내리고 있습니다”라고 속죄했다.

이는 그의 딸이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6월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씨의 딸은 결혼해 남편과 자녀도 있었다. 전 씨는 “자식 중에서도 정이 갔던 딸자식이 못난 아비를 대신하여 영정을 가슴에 품으면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전 씨는 참사 당시 상황을 “세월호가 복원성을 잃고 급속히 좌현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법당국이 판단한 세월호의 침몰과정과 같다. 이어 그는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다며 “기도해달라”며 장 목사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전 씨는 2014년 법정에서도 “어리석은 짓을 했다”는 말을 하며 가족과 국민들에게 사죄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 별다른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탑승객을 버리고 도망쳤다. 대법원은 전 씨에게 유기치상, 유기치사,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2015년 확정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세월호 승무원 가운데서는 가장 가벼운 처벌이었다. 항소 과정에서 그는 “세월호 소유주인 청해진해운과 실제 계약을 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구조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최근 복역기간이 끝나 출소한 상태다. 전 씨는 현재 부산에서 노모를 모시고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노모는 고령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편지를 공개한 장 목사는 28일 “전 씨의 편지가 세월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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