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크루즈 모항’으로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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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보복으로 관광객 급감하자 관련 기관들 대책 마련 부심
맞춤형 크루즈 상품 기획으로… 크루즈 수요시장 동남아로 확대

지난달 20일 승객 1800명을 태우고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한 크루즈선 스카이시 골든에라호.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등 관련 기관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부산항을 크루즈 모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지난달 20일 승객 1800명을 태우고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한 크루즈선 스카이시 골든에라호.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등 관련 기관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부산항을 크루즈 모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항을 크루즈 모항(母港)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관련 기관들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이어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크루즈 관광객이 잠시 머물다 가는 기항(寄港)에 비해 출항, 도착하는 모항은 선용품(船用品) 같은 관련 산업과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크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96만6000명으로 2015년 209만 명에 비해 41.9% 늘었다. 중국인이 94만 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크루즈 관광객이 2015년 16만 명에서 지난해 57만 명으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항을 찾을 크루즈선과 관광객은 각각 224회, 57만 명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정부의 ‘몽니’로 빨간불이 켜졌다. 16일 현재 부산항 기항을 취소한 크루즈선은 29회다.

이 같은 난제의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항만공사(BPA)는 16일 오후 중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에서 부산시, 한국관광공사, 부산관광공사와 공동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부산항 크루즈 모항 육성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BPA 우예종 사장과 김영환 부산시 경제부시장,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 심정보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비롯해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경기대 이경모 교수는 ‘크루즈 관광 도약을 위한 시장 다변화’라는 주제 발표에서 “지난해 방한한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은 165만 명으로 지속 성장이 예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이 가족 단위 여행객으로 단체관광을 선호하지만 국내 기항지는 접근성이 취약하고 쇼핑 시설, 전문 가이드, 관광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크루즈 수요 시장을 동남아로 확대하고 전문 조직 및 인력 양성, 맞춤형 출입국 수속 마련, 체험 프로그램 및 차별화된 관광상품 개발을 주문했다.

발표자로 나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황진회 박사는 “국내 크루즈 시장은 중국인 관광객과 외국 크루즈 선사에만 의존하고 면세점 및 백화점 쇼핑에 주력하는 등 왜곡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박사는 “부산항을 모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글로벌 선사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고 아시아 지역본부를 부산으로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선상 카지노 허용을 추진하는 등 부산항을 크루즈 특구로 지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한국유통과학연구소 박승제 소장은 부산의 강점인 전통시장과 지역 축제를 크루즈와 연계해 마케팅을 펼치고 서비스와 시설을 보강하자고 대안을 제시했다.

BPA 우 사장은 “정치적 변수가 생기거나 전염병이 발생하면 크루즈 수요가 감소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관광객 국적 다변화 및 국내 수요 창출이 필수적”이라며 “지난해부터 일본 항만과 함께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부산항 출발 크루즈 상품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해 출발 및 도착할 수 있는 정기 크루즈 모항 상품을 다음 달 말부터 10월까지 40회 정도 매주 운항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50회 이상 부산항 크루즈 모항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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