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 “방송사고 아찔했지만… 웃음 줘 기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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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인터뷰하다 세계적 ‘깜짝스타’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


“여러분에게 큰 웃음을 줘 기뻐요.”

15일 오후 2시 반 부산 금정구 부산대 본관 3층 회의실. 로버트 켈리 교수(45·정치외교학) 가족이 들어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켈리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선고된 10일 이후 세계적인 ‘깜짝 스타’가 됐다. 당일 영국 BBC방송과 부산 금정구 자택에서 화상 인터뷰를 하던 중 어린 두 자녀가 일으킨 깜찍한 방송사고 덕분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BBC 인터뷰 당시 어깨춤을 추며 등장한 딸 매리언(4)과 뒤이어 보행기를 타고 나타난 아들 제임스(생후 9개월), 그리고 두 자녀를 황급히 데리고 나가느라 진땀을 흘린 부인 김정아 씨(41)가 함께했다. 회견장에 들어선 켈리 교수는 내외신 기자들이 몰린 취재 열기에 다소 긴장한 듯 보였지만 천연덕스럽게 막대사탕을 입에 문 매리언을 쳐다보며 금세 미소를 지었다.

켈리 교수는 “딸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이 화면에 보여 너무 놀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딸을 화면에서 안 보이게 하려고 손으로 밀어내는데 아들이 보행기를 타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아, 이젠 끝이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며 “‘BBC에서 더 이상 찾지 않겠구나’ 걱정했는데 잠시 뒤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려도 되는지 물어보기에 안심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날은 딸 매리언이 어린이집에서 생일 파티를 해 기분이 아주 좋은 날이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우리 애를 보고 웃는다는 게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아 영상 게재를 거절했다가 우리가 평범한 가족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 허락했다”며 활짝 웃었다.

막내 제임스를 안고 있던 부인 김 씨는 딸이 또 돌발행동을 할까 봐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김 씨는 “그날 오후 8시 반경 딸과 함께 거실에서 TV로 남편의 인터뷰를 보고 있었는데 딸이 남편의 서재로 갔다”며 “당연히 평소처럼 문이 잠겨 있어 돌아올 줄만 알았는데 오지 않아 너무 놀랐다”고 떠올렸다.

로버트 켈리 교수가 10일 BBC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인터뷰를 하는 모습. 켈리 교수 뒤로 천진난만한 표정의 딸 매리언과 보행기를 탄 아들 제임스의 모습이 보인다. BBC 화면캡처
로버트 켈리 교수가 10일 BBC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인터뷰를 하는 모습. 켈리 교수 뒤로 천진난만한 표정의 딸 매리언과 보행기를 탄 아들 제임스의 모습이 보인다. BBC 화면캡처

김 씨는 일부 외신에서 자신을 ‘보모’라고 표현하면서 벌어진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역사적 경험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이해한다”며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그런)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씨는 전날 BBC 등 일부 외신과의 인터뷰에선 “더 이상 그걸로 논쟁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유모가 아니다. 그걸로 된 거다. 그냥 웃고 넘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부부는 “요즘 외출하면 우리 가족을 쳐다보는 많은 시선이 느껴져 혹시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 조심스럽다”고 걱정했다.

켈리 교수는 동영상이 퍼진 직후 언론 인터뷰를 고사해오다 기자회견에 응했다. 그는 “대학 측에서 ‘너무 많은 인터뷰 제의가 오는 만큼 제대로 설명하는 자리를 갖자’고 설득했다”며 “(이런 일보다) 집필한 에세이 등 현재 하는 일로 더 유명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켈리 교수 가족의 인터뷰 동영상은 BBC 페이스북에서 8400만 회 넘게 조회됐다. 우루과이, 나이지리아에서도 방송될 정도로 국제적으로 큰 화제였다. 언론의 취재 요청이 쇄도하자 켈리 교수는 휴대전화를 ‘비행모드’로 해놓고 지난 주말을 보냈다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08년 9월부터 부산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로버트 켈리#bbc#방송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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