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이한교]단기적 일자리 공약 버리고 정책실명제 도입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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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교 한국폴리텍대 김제캠퍼스 교수
이한교 한국폴리텍대 김제캠퍼스 교수
역대 대선 후보들의 공약대로라면 청년 실업 문제는 이미 해결됐을 것이다. 그런데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대선 때만 되면 상투적인 화법으로 표심을 얻기 위한 일자리 창출 공약이 남발된다는 점이다.

1월 실업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청년의 90%가 ‘헬 조선’에 공감한다는 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우리 청년들은 희망 없는 지옥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대선 후보들은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도 안 되는 공약을 하고 있다. 모든 일자리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첫째, 일자리 문제를 긴 안목에서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단발적으로 치고 빠지는 군사작전처럼 취급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1년 미만의 일용직과 일자리를 나눠 먹는 비정규직, 단기간 저임금제 공공인턴 등을 양산하거나 생색내기로 효과를 보려 하다 보니 고용의 질은 떨어지기만 했다.

둘째, 사업의 주체가 모호했다. 부처마다 서로 장밋빛 정책을 내세우고 그 나름의 우월성을 부각시키다 보니 일자리 창출 부서가 12개나 되고, 세부 사업만 102개가 된 경우도 있었다.

셋째, 같은 사업을 서로 경쟁적으로 추진하므로 예산 낭비가 많았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했던 ‘장애인 취업 사업’과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자립 자금 대여 사업’은 국회예산정책처가 지적했듯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의 사업이다.

끝으로 실적 부풀리기 사업이 많았다. 그 예로 단기 저임금 위주의 일자리가 정부의 실적 쌓기에 이용되어 왔다. 이는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에 불과하다.

더욱 답답한 것은 20대 대선에 나서는 후보들의 공약 또한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 작성해 준 문장을 감언이설로 변화시킨 것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진정 나라를 이끌고 가겠다고 생각하는 후보라면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계속되는 일자리 정책 실패의 원인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정책 실패의 주된 요인은 조급증과 일자리 창출을 총괄해야 할 고용노동부의 무기력에 있다고 본다. 가시적인 실적을 내야 하는 정부가 깊은 검토 없이 그럴듯하게 포장된 사업을 골라 밀어붙였고, 그 결과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여기다 주무 부서인 고용부는 일관되게 추진할 여력 없이 정권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드시 정책 실명제를 도입해야 하고 그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부에서도 휘둘리지 않는 권한과 책임을 고용부에 줘야 한다. 그 다음, 원칙과 일관성을 갖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이한교 한국폴리텍대 김제캠퍼스 교수
#정책실명제#청년실업#대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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