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썰매 특급’ 윤성빈, 몸값도 ‘2년 3억’ 초특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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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연봉 1억씩 강원도청 입단… 2012년 스켈레톤 입문해 소치 16위
불과 3년 만에 세계 최정상급 우뚝

2012년 여름, 서울 신림고 3학년이던 윤성빈(23·한국체대·사진)은 잠이 덜 깬 듯 부스스한 모습으로 스켈레톤 국가대표 체력테스트가 열린 서울체고 운동장에 나타났다.

“한번 시켜봐. 키도 별로 안 큰데(178cm) 농구 골대를 두 손으로 잡는다니까.”

윤성빈의 운동 재능을 눈여겨본 체육교사 김태영 당시 서울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이사는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에게 윤성빈을 추천하며 이렇게 말했다. 낮잠을 자다 강 교수의 전화를 받았다는 윤성빈의 테스트 결과는 10등이었다.

하지만 강 교수 역시 윤성빈의 가능성을 한눈에 알아봤다. 3개월간 집중 훈련을 시켰다. 그해 9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윤성빈은 선배들을 모조리 꺾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듬해엔 썰매 특기생으로 한국체대에 입학했다.

우연한 계기로 썰매를 시작한 윤성빈이 ‘억대 연봉자’ 대열에 오른다. 썰매계와 강원도 등에 따르면 윤성빈은 ‘최고 대우’로 강원도청에 입단한다. 양측은 이미 세부 계약 조건에 합의했고,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계약 조건은 2년간 계약금 1억 원에 연봉 1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도 억대 연봉을 받기는 쉽지 않다. 윤성빈이 실업 1년 차 선수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 강원 평창에서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윤성빈에 대한 기대치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3년 한국 최초로 봅슬레이 팀을 창단해 10여 년간 한국 썰매 발전에 힘을 보탰던 강원도청은 또 한 번 통 큰 지원에 나섰다. 강원도청 썰매팀은 윤성빈과 남자 봅슬레이의 간판 원윤종 등 9명의 선수를 보유하게 됐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 16위에 그쳤던 윤성빈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부터 ‘얼음 위의 우사인 볼트’라 불리는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와 치열한 정상 싸움을 벌이고 있다. 2015∼2016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에서 윤성빈은 1575점으로 두쿠르스(1785점)에 이어 랭킹 2위에 올랐다. 7차 월드컵까지 치른 올 시즌에도 두쿠르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지만 격차는 확연히 줄었다. 윤성빈의 점수는 1413점으로 두쿠르스(1437점)와 24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17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리는 제8차 월드컵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강 교수는 “(윤)성빈이는 스켈레톤을 위해 태어난 선수다. 아직 자신이 가진 것의 반도 보여주지 않았다. 평창 올림픽뿐 아니라 앞으로 3차례는 더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성적에 따라 그의 가치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윤성빈#스켈레톤#강원도청 스켈레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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